옛날 얘기다. 코미디 프로를 만들던 친구가 말했다. 「소재 제약 때문에 못해 먹겠다. 어떤 직업을 우스꽝스럽게 만든 방송이 나가고 나면 날이 밝기 무섭게 난리를 겪어야 한다. 하지만 만만한 직종이 둘 있다. 도둑과 교수다」. 도둑은 아무리 함부로 다루더라도 나댈 리 없을 테지만, 교수는 왜 그럴까.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야, 너희 교수들은 조합이 없지 않냐」
달라지지 않았다. 교수들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만만한」 존재다.
지난주 BK21에 항의하여 교육을 지키려는 교수 데모는 시민들의 마음을 여러가지로 착잡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은 이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번도 진지하게 의논을 받은 바 없었다. 토론회를 열어 따질 겨를도 없이 집행일자를 통보 받았을 뿐이다. 뒤늦게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은 교수들의 문제 제기를 집단이기주의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아 오히려 가증스럽다.
권위주의적 개혁 정책은 동기만 강조하여 절차와 결과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만만한 사람들에게.
金台鎰〈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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