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장맛비도 끝이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외아들 존 F 케네디2세 부부가 경비행기 추락 사고로 실종되자 세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 정계에 최고의 명가로 꼽히는 케네디가에 무슨 업보가 씌어진 탓일까. 흉탄에 숨진 케네디 대통령 형제를 비롯, 이번 사고까지 합하면 케네디가는 여덟번째로 가족이 사망하는 등 비운이 꼬리를 내리지 않고있다. 모두들 주말을 어수선하게 넘긴 뒤끝이다. 신창원이 구속될 때 들여다 본 현금다발 가방에서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냥 나쁜 놈의 도피자금이라고 했을까. 아니면 저걸 갖고 그냥 잡혀(?)라며 아쉬워 했을까. 물론 후자는 무의식적이었을 테지만. 그리고 같은 날 신사연하던 임창열경기지사가 구속됐다. 그런 뒤 들려온 케네디2세의 실종소식이 모두들에게 묘한 감정을 만들게 했다. 어딘가 비어버린 우리의 구석을 더욱 에스컬레이터 시켜 준 꼴이다. 화는 홀로 안오고 복은 쌍으로 안 온다는 말이 그저 실감나기만 할 뿐인 오늘이다. 모두가 최면에라도 걸려야 할판이다. 메스메르가 파리에서 최면술을 처음 공개한것이 지난 1778년.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최면술에 걸려 지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위정자들은 무엇이든 믿게만 만들려 하고 있다. 무엇이든지. 지금 한동안 멍하고 공허한 기분들을 싹 가시게 하는 일들이 빨리 나와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가는 우리들의 공동의 몫이요 사회적인 책임이다. 친구들과 닭서리 했지만 '빽'없는 그만 소년원행이었다는 신창원의 말이나 한동안 떵떵거린 임창열지사가 불과 며칠만에 국민회의로부터 왕따당하는 일 등은 아무리 세태가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냥 흘려버릴 일들이 아니다. 그렇지만 장마에 빗물도 끝이 있는 법이다. 중요한것은 우리들이 그저 최면에서 벗어나고 케네디2세 소식에 너무 민감하지 말고 차분히 새로운 맑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차분히.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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