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런 음악이, 그것도 1975년에 발표됐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미궁'은 가야금의 최저현(最低絃)을 때리는 신비로운 소리로 시작, 두 개의 장구채로 가야금의 뒷판을 비비기도 하고 거문고 연주에 쓰이는 술대(대로 만든 작은 막대)를 가야금 줄 사이에 넣어 찌르다가, 다시 활로 가야금 줄 전체를 한꺼번에 문지르는 등 점점 기괴한 소리로 발전해 간다. 장구채로 가야금 안족(雁足)을 마구 때릴 때는 마침내 가야금도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미궁'이 전개시켜 가는 불온한 공포심은 황병기씨의 가야금 연주가 아닌, 현대무용가 홍신자씨의 목소리에서 나온다. 홍씨는 음성과 음향의 경계를 흐리면서 끝없이 거문고와 대화를 주고 받는다. 너무나 처절하게 '울면서 웃는' 그녀의 목소리는 오싹하리만치 초현실적이고, 역설적이게도 또한 현실적이다. 그녀는 미궁 속에서 톱이 되어 울고, 때로는 몽유병자가 되고, 간혹 떠도는 영혼이 된다. 납량음악으로서 효과는 물론 음악성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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