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민련 내각제 연내 관철 결의 안팎

19일 열린 자민련 의원총회는 예상대로 내각제 강경파들이 주도했다. 김용환수석부총재와 이인구부총재는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지만 주말에 지역 민심을 확인한 충청권의 강경파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폭발시켰고 '연내 내각제개헌 관철'이라는 결의까지 이끌어 냈다.

이날 발언에 나선 16명의 의원들 대부분은 연내 개헌을 주장했다. 연내 개헌 유보를 반기는 대구·경북 출신 등 온건파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첫 발언자로 나선 경북출신 김종학의원은 "97년 대선 합의문은 1자 1줄도 훼손돼서는 안되며 대통령은 합의문대로 이행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강경파들과 입장을 같이했다.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에서는 문밖에도 나갈 수 없는 분위기""총리어른이 왜 저러는가, 그러다가는 대접 못받는다"는 등 지역민심을 내세우며 개헌 약속을 들고 나왔다.

김칠환의원은 "내각제 개헌이 금년에 어렵다면 자민련은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조영재의원은 "(국민들은)내각제개헌을 사기극이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긍규의원은 "내각제는 신의의 문제이며 우리 마음대로 포기할 수도 없고 어떻게든 이뤄야할 명제"라며 분위기를 잡았다.

강경파들의 공세가 계속되자 대전출신이면서도 온건파로 분류돼 온 이양희대변인이 "나도 내각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하기 싫은 일을 떠맡는 등 노력했으나 오해를 산 것 같다"며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에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의원들의 불만을 수습하는 선에서 의총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강경파들이 연내 개헌 관철 결의를 이끌어 냈다.

자민련이 이날 의총을 통해 '연내 내각제개헌 유보' 분위기에 제동을 거는데는 성공했지만 일과성이라는 지적이다. 개헌 유보에 대한 지역민심의 역풍 등을 고려한 전술적인 제동걸기일 뿐 '개헌 연기'라는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자민련 내부에서나 국민회의에서도 어차피 한차례는 겪어야 할 진통 아니냐고 받아 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밖에 국민회의와의 내각제 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의 계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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