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눈치없는 외통부장관

말로 밥벌어먹고 사는 직군(職群)이 적지 않지만 거짓말 허용한계치를 가장 많이 허용받고 있는 사람들로 외교관들을 꼽을 수 있다. 그들은 일반인들과는 우선 표현의 기법이 다른 데다 사실 여부 그 자체만을 놓고 봤을때 명명백백한 거짓말을 해도 때로 양해되는 수가 적지 않다. 다만 국가이익이 첨예하게 걸려 있다는 대전제가 성립될때에 국한되긴 하지만.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이 꼭 필요하지도 않고, 오히려 안했으면 더 좋았을 법한 말을 해서 입초사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것도 북한과의 우호국인 베트남의 한복판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재발사했을 때의 군사적 조치와 관련, "한·미·일 3국은 경제·외교적조치만 고려하고 있을 뿐, 군사조치는 과잉대응이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얘기한 것. 그의 말의 당부(當否)를 떠나 우선 갖는 느낌은 빚에 시달리는 아버지를 찾아 온 빚쟁이에게 대문을 열어 준 눈치없는 아들이 '없다고 말하라 그러시던데요'라고 대답한 뒤의 황당함이다. 코언 미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사일 재발사를 강행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 '부정적 결과'엔 외교·경제적 제재조치이외의 다른 조치도 포함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꼭 '없다고 하라'는 말을 빚쟁이 앞에서 하지 말라는 주의까지 들어야만 되는가. 거창한 말로 표현하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허가받은 거짓말 허용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외통부장관의 발언을 국민정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홍장관은 서해 남북교전 직후 '북방한계선(NLL)문제를 북한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같은 날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NLL사수'라고 한 말과 대비돼 국민들을 의아하게 한 전력이 있다. 장관보다는 UN산하 한반도분쟁조정역 정도가 더 어울릴 만한 명함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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