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관리체제속에 놓인 우리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은 극단적일만큼 평행선을 긋고 있다. 국제적 기준의 강제로 기업과 정부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확보됨으로써 우리경제의 앞날이 밝아지고 있다는 견해와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굴복함으로써 우리의 기업들이 국제자본에 헐값으로 처분돼 경제적 예속상태에 놓인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같은 극단적 견해는 경제위기에 몰린 아시아권 여러나라에서도 논란이 분분했고 논쟁은 아직 끝나지않았다. 우리의 경우 신자유주의의 처방에 순응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룬 반면 말레이시아는 정부가 반대 입장에 섰고 일본의 경우 경제계와 학계, 정계 일각에서 강한 비판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일본의 대표적 경제단체인 경영자단체연맹의 회장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자동차회장이"일본판 오적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미국식 자본주의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에 반대한다"는 비판을 내놔 주목을 끈다. 그가 말하는 오적은 개혁을 방해하는자, 맹목적 시장논리 추종자, 경기에 우왕좌왕하는 경영자, 기업가정신이 없는 경영자, 미국신용평가회사 신봉자 등이다. 오쿠다회장의 이같은 지적은 우리의 가슴에도 와닿는 내용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가 아닌 지금의 우리경제를 질타하는 것으로도 느껴진다. 일본이 오부치 총리 취임후 침체된 일본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따라잡자는 목표로 일본특유의 국가전략을 복원하고 있는 시기에 일본경제계대표의 이같은 비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경우, 미국이 탈냉전후 세계적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한목소리로 주장하며 신자유주의를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오늘의 모습은 자못 걱정스럽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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