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0일 실시된 동티모르 독립찬반 주민투표는 결국 독립지지파들의 승리로 끝났다.
이에 따라 인구 80여만명의 동티모르는 300여년의 포르투갈 식민지배와 23년의 인도네시아 통치를 종식하고 독립국으로 새출발하게 됐다.
동티모르인들은 친인도네시아 민병대의 위협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얼마나 독립과 자존을 갈망해 왔는가를 표로 말해 준 것이다.
투표를 하면 죽이겠다는 민병대의 협박도 무려 98% 이상의 투표율을 보인 주민들과 이들을 돕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독립국이 된다 해도 당장 동티모르는 독립지지파와 자치지지파 간의 대립과 적대감, 원한을 어떻게 해소하고 화합할 수 있느냐는 중차대한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민병대들은 이미 투표결과가 독립으로 결정날 경우 대대적 보복공격을 벌이겠다고 경고해 왔으며 분풀이로 독립지지파와 무고한 양민을 공격하고 폭력을 행사할까봐 주민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한 동티모르의 독립결정은 암본과 아체 등 다른 인도네시아 주의 독립운동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돼 인도네시아로서는 이들의 독립운동 격화에 대처해야 하는 가중된 부담을 안게 됐다.
법적으로 동티모르가 독립하려면 인도네시아 국회가 이 지역을 통합키로 한 76년의 결정을 먼저 폐기해야 하는데 국회는 11월 이후에 열리게 된다. 그 후엔 어떤 절차가 취해질 것인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아마도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유엔이 잠정관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주둔군 약 1만5천명과 경찰 약 8천500명이 철수하게 되면 자체 보안능력을 갖출 때까지 상당기간 유엔평화유지군의 주둔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유엔평화유지군등 이들의 독립 이후를 보장할 군 파견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있다.
지난 75년 인도네시아군의 침공 이후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이 인도네시아군의 지원과 사주를 받은 민병대들에 의해 무참히 학살된 불행한 과거를 지닌 동티모르에 또 다시 양파벌 간의 적대행위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5분의 1도 안되는 땅덩어리가 자치파와 독립파로 양분될 가능성마저도 없지 않다.
게다가 동티모르는 상당기간 외국의 원조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식민통치국 포르투갈이 몇년 동안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으며 유엔도 여러 모로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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