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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풍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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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들이 오랜만에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을 실었다. 지난 96년 경주 감은사지 동쪽 석탑(국보 제112호)에서 발굴된 금동사리함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내 놓은 것이다. 화려의 극치는 잠시 접어 두고 무엇보다 7세기 무렵 이미 신라인들의 금을 다루는 기술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일류급임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걸작이라는 점이다. 유난히 우리의 눈을 자극하는것이 하나 있다. 사리함 장식물로 다섯개나 수습된 금으로 만든 풍탁(風鐸)이 그것이다. 흔히 대웅전 등 처마 끝에서 바람불면 그윽한 소리로 듣는 이의 마음을 씻어 주고 걸러 주는 풍경과 비슷하다. 현미경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풍탁임을 알기 조차 힘드는 0.04g의 무게로 고리와 고리의 연결을 0.10㎜의 금덩이로 눌러 붙였다니 그 극미의 예술에 잠시 숨이 멈출 지경이다. 682년에 창건된 감은사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 30대 문무왕의 명복을 빌기위해 세워진 국찰이다. 여기서 불과 십여리 떨어진 동해 바다에 문무왕의 수중무덤으로 추정되는 해중왕릉이 있다. 지금은 덩그라니 탑신 두기만 동서로 서 있는 감은사지는 지난 59년 서쪽 석탑에서도 정교한 금동사리함이 나와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던 바로 그 절터다. 사리함을 비롯한 이같은 사리장치들은 화려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이를 통해 당시의 깊은 신앙심과 조형미는 물론 공양물에서 서역이나 중국과의 교류도 알 수 있어 더 값진 것이다. 66년에 발견된 불국사 석가탑의 사리전(국보 제126호)도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팔공산 송림사 5층전탑에서 나온 사리구도 귀중하고 빼어난 사리장치로 유명한것도 다 이런 연유에서다. 아름다운 감은사 사리함 풍탁 사진 한장이 십수세기를 거치면서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유별나다. 나무로 만든 목탁과는 달리 풍탁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 또한 매우 함의적이다. 흡사 우리가 처한 오늘의 소갈머리 없는 처신을 한 대 때려 울리는 그 울림이 은은하기까지 하다. 같은 바람이라도 세풍, 총풍, 북풍에다 여인들의 쓸데없는 옷바람까지 스친 지금 이 순간 풍탁의 바람이 너무 신선하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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