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역 무용계는 지난해 출범한 한국무용협회 대구지회의 선거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반목과 갈등을 지속적으로 노출, 아쉬움을 남겼다. 또 대구시립무용단 등 일부 무용단을 제외하면 공연의 질과 양적인 측면 모두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남겨 대구 무용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형편이다.
무용계의 빈곤은 올초 열린 국립발레단 초청공연, 최승희의 춤을 계승한 북한무용가 백향주 초청공연과 지역간 문화교류차원에서 열린 각종 초청공연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외부 초청공연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IMF 한파의 영향으로 제작 지원금 감소 및 후원 부족 등 공통적인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음악계와 미술계가 질적.양적 측면에서 한단계 성장을 이룬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무용계의 위기는 대구무용계를 책임지고 있는 중견 무용인들의 활동위축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그 결과 시시각각 변화.발전하는 세계 무용계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채 기존 무용단은 물론 대학생들의 실력까지 후퇴, 이제는 부산 등 인근 지역과 비교해도 현격한 수준차를 보이고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팽배해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일부 대학교수들은 제자들이 안무한 5~10분짜리 단편 작품 발표회에까지 '연출'이란 명목으로 자신의 이름을 올려 실적 부풀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또한 무용인들이 사분오열되는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계명대 콩쿠르가 중단되고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연출됐으며 지역 무용계를 대표할만한 행사인 대구무용제가 무용인들의 외면 속에서 '전국 무용제'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우물 안 잔치'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나마 대구시립무용단 상임안무가 구본숙씨가 이사도라 무용예술상을 수상한 것과 젊은 무용단 '지피'가 창단된 것이 침체된 대구무용계에 위안을 줬다.
대구시립무용단은 제주도립무용단 초청합동공연, 일본 센다이 공연 등 정기공연 외에도 활발한 외부 공연활동을 펼쳤으며, 오는 20일 공연예정인 송년무용의 밤 행사에서는 무용과 퍼포먼스, 음악, 연극 등 각 예술장르를 통합한 실험적인 무대를 마련하는 등 지역무용계를 주도하고 있다.
중견 무용인들의 전반적인 위축 속에서도 지난 11월 독일에서 열린 '아시아-윤-코리아 페스티벌'에 초청돼 공연한 현대무용가 김현옥(계명대 교수)씨를 비롯, 한국무용가 백현순.장유경씨 등은 활발한 공연활동을 펼쳐 대구무용의 명맥을 유지했다.
남자 무용수 기근현상 속에 무용계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용철.이화석씨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 대구가 아닌 서울.유럽 무대에서 더욱 활발한 공연활동을 펼쳤다. 정체돼 있는 무용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등 돌린 관객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좀 더 자유로운 창작의 기회를 열어줘야함에도 불구하고 젊은 안무가들 스스로 "서울보다 대구무대에 서기가 더 어렵다"며 자조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대구무용계의 현실이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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