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배우가 한 편의 연극을 소화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것이다. 소위 말하는 모노드라마, 1인극이 그것이다. 중세의 세속극에서 싹이 튼 모노드라마가 현대적인 솜씨로 무대에 올려진 것은 이미 200여년전 독일의 연극배우 부란데스가 유행을 시키면서부터다. 체호프의 '담배의 해독에 대하여'나 장 콕토의 '목소리'가 1인극으로서는 유명했다. 근래 우리 연극무대에서도 1인극이 간혹 무대에 올려졌다. 한 때는 유행처럼 번질 기미도 보였지만 그러나 관객 동원에는 별로 였다. 무언의 조언자나 코러스가 배경을 깔며 관객의 시선을 모으기에 사력을 다했지만 관객은 좀체 모이지 않았다. 연극판에 모노드라마가 인기를 끌지 못했는데 웬일인지 장외에서 1인극들이 요즘 인기를 모은다. 진형구, 강희복, 정일순, 김태정, 박주선등등 어느새 낯익은 주역들이 줄줄이다. 이렇게 무슨 고구마 줄기 훑어 가듯 올라 가다가는 당장 그 끝이 드러날 지경이다. 이미 관객들은 흥분해 있다. 박수 칠 시간만 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가지 연극판의 모노드라마와 다른 것은 배우는 성격이 제각각이지만 주제는 한가지 뿐이라는 점이다. '거짓말'. 어떻게보면 거대한 1인극 이다. 모노드라마는 보통 1막 정도로 그치는게 상례다. 스케일이 커면 3막까지도 간다. 그러나 지금 공연중인 거대한 1인극은 몇 막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관객들은 더 흥분하고 있다. 여기다 그림자로 처리되는 검은 돈의 코러스는 또 얼마나 흥을 돋우는지 지금 흥분하지 않고는 배길 관객이 있을까. 우리 모두 모노드라마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 지봉 이수광선생은 "남이 나를 믿어 주지 않는 것은 곧 내 마음가짐이 참되지 못한 까닭이고, 남이 나에게 순종하지 않는 것은 곧 내가 참된 뜻을 다하지 않는 까닭"이라고 했다. 거짓으로 인한 믿음의 부재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이름이다. 오히려 독재를 더 부추길 뿐이다. 미래학자들은 오는 21세기에는 전 세계인들이 독재에 대한 막연한 요구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왜냐하면 다음 세기는 독재를 실현할 만한 권력과 도구가 없어 현실화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굉장한 아이러니다. 우리가 지금 턱도 없이 모노드라마를 즐겨야하는 아이러니와 같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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