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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탈북자 처리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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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로 부터 난민(難民) 인정을 받은 탈북주민을 중국으로 되넘긴 것은 한.러 우호관계를 우려케하는 충격적 사건이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이 이번 탈북자에 대해 '불법 입국이 아니라 먹을 것을 찾아 입국한 난민'으로 인정했는데도 러시아 당국이 국제법 질서와 인도주의를 무시한 채 중국으로 되돌려 보낸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공들여 추진해온 북방외교의 실상을 재삼 확인시키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러시아 정부가 당초 한국 정부와 UNHCR의 호소를 받아들여 한국행 비자까지 발급했다가 돌연 우리 정부에 통보도 않은채 중국으로 인계했다니 이런 일이 선린우호를 다짐하는 한.러 두나라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러시아가 '어떤 일이 있어도 러시아 국경이 탈북자들의 탈출 루트가 돼서는 안된다'고 인식, 이번 일이 탈북자 처리의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한 것이 탈북자 송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볼 수도 있다.

또 한동안 소원했던 북.러.중 3국의 관계를 복원하고 동북아에서 외교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북한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현실적 계산이 이번 탈북자 송환에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몇가지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세계의 강국인 러시아가 하는 처사로서는 어째 좀스럽다는 인상을 지울길 없다.

러시아 당국은 "러.중 국경조약에 따라 불법 월경자는 상대국으로 보내게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 지위를 인정 받은 탈북자를 러.중 조약에 우월하는 국제법상의 '난민 보호'조항에 따라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탈북자들은 범죄인도, 정치적 망명자도 아닌 단순히 먹고 살기위해 목숨을 걸고 사선(死線)을 넘은 '인간'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한다면 나라와 민족을 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된다. 차제에 우리 북방외교의 허실을 다시한번 따져봐야 할 것임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을 비롯 한.러간 경제협력 등으로 이들을 감싸안는데 심혈을 기울였지만 그 결과는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이번처럼 '왕따'당하는 꼴이 되풀이 되고 있으니 언제까지 메아리 없는 짝사랑만 계속할 것인지 안타깝다.

사람의 인명은 하늘처럼 소중한 것이다. 정부는 이들 탈북자들을 위해 러.중 정부와 협상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 유엔과 국제 민간단체 등에도 호소하는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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