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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힌 히말라야 맨발 탈출, 티베트 불교지도자 인도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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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속국인 티베트 불교계의 정신적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제17대 카르마파가 극소수 수행원들과 함께 티베트를 비밀리에 탈출, 지난 5일 달라이 라마의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도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 정부와 티베트 불교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제17대 카르마파인 우기엔 트린리 도르제(14)는 지난 92년 중국 당국에 의해 추대되면서 향후 티베트 불교계의 지도자로서 망명정부의 '수반'인 달라이 라마를 대신할 수 있는 인물로 지목돼 온 만큼 그의 탈출은 중국으로서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는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카르마파의 인도행은 불교 예식에 쓸 악기 등을 구입하기 위한 것으로 그가 국가와 민족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으나 내심으로는 이번 사태가 한동한 잠잠하던 티베트인들의 독립요구에 새로운 불씨를 지피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눈덮인 히말라야 산맥을 맨발로 넘는 고행끝에 망명정부에 도착한 트린리 도르제는 지난 85년 한 유목민 집안에서 태어나 92년 티베트 수도에서 35㎞ 가량 떨어진 추르파 사원에서 중국 정부에 의해 불교계 최고 지도자의 하나인 제17대 기알와 카르마파로 추대됐다.

이 때는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 망명정부와의 접촉에 열을 올리던 시기로 중국의 카르마파 추대는 '활불'(活佛)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셈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다.

카르마파는 티베트 불교계에서 규모 3위인 카규종파를 이끄는 수장으로 제16대카르마파는 지난 59년 중국통치에 반대하는 티베트인들의 민중봉기를 중국이 무자비하게 탄압한 데 항의, 인도로 망명했다.

같은 시기 겔루파 소속으로 티베트의 또다른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인도로 탈출, 망명정부를 세운 뒤 중국의 인권탄압과 티베트 강점의 부당성을 전세계에 호소하며 독립운동을 벌여 왔다.

이어 지난 95년 중국이 달라이 라마에 대항하기 위해 티베트 불교계의 서열 2위인 판첸 라마를 옹립하는 문제를 놓고 양측간에 유혈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와 티베트 불교계는 달라이 라마가 사망할 경우 달라이 라마의 활불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판첸 라마로서 소년 2명을 두기로 하고 중국 측에선 기아인카인 노르부를, 티베트에선 게둔 초에키 니이마를 공식 지명했다.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명한 노르부는 임명 즉시 티베트인들에게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에 복종하고 중국에 대한 애국심을 갖도록 촉구해 티베트인들의 반발을 샀다.

어쨌든 이런 와중에 발생한 티베트 국민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제17대 카르마파의 탈출은 지난해 이미 중국이 티베트 전역에 내린 통행금지령을 더욱 강화시키면서 인권탄압의 빌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서방 소식통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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