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의 기억. 아이들은 아랫목으로 오물거리며 몰려 들었다. 땟자국 얼룩진 이불 푹 덮어 쓰고도 따뜻하기만 했던 겨울이었다. 별다른 유행가 있을리 만무했던 시절. 아이들은 노래했지. "…단것은 엿이다. 엿은 길고 긴 것은 기차다. 기차는 빠르고,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다. 높은 것은 하늘. 하늘은 푸르다. 푸른 것은 바다. 바다는 넓다. 넓은 것은 지구. 지구는 둥글고 둥근 것은 공. 공은 튄다. 튀는 것은 벼룩. 벼룩은 붙는다. 붙으면 첩이지" 그리고는 영문도 모른채 헤헤거리며 긴 겨울밤을 한 뼘이나마 줄이곤 했었다.
그렇다. 벼룩처럼 솜씨 좋게 붙는것은 첩이다. 얼마나 축첩의 아린 기억들이 사무쳤기에 아이들의 노랫가락에도 이런 구절들이 서슴없이 적혀 나온다. 이런 가락이 오랜 세월 환난 많았던 민족의 잿더미에서 터져 나오는 육자배기는 아닐지라도 아이들은 그걸 알았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노래 부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것이란 것을. 허기사 벼룩처럼 달라 붙는게 첩인줄 알고 부르기나 했을까.
요즘 아이들은 그런 노래 부르지 않는다. 그런 노래 부르던 아이들은 이제 모두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도 왜 그 노래는 아직도 유효한가. 오히려 지금, 세상 돌아가는 꼴이 흡사 벼룩들의 잔치를 보는 느낌이다. 총선은 다가오고 어느 쪽으로 붙기는 붙어야 되고. 그냥 붙을 수는 없다. 뒷다리로 뛰어 엿같이 착 달라 붙어야 한다.
기차처럼 밀어 붙여야 하고 비행기 모양 높게 높게 추켜 세워야 한다. 너 잘한다. 정말 잘한다. 잘 잡아 넣었다. 한번 된 맛을 보여 주어야 한다구. 얼씨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튀어 오르는 벼룩들. 글로벌 시대의 지구처럼 둥글둥글 살아 가면 될것을. 왜 그리 야단인가. 왼쪽으로 기울던 오른쪽으로 기울던 기울다가 제자리로 돌아 오면 됐지. 대신 이런거나 먹어둬. 헤퍼게 퍼 주는 모양새가 또 무엇을 거덜내고야 말 낌새다.
당장 한번 꼽아 보자. 총선까지는 실업대책으로 공공근로사업에 7천100억원을 내겠다고 했다. 모자란다구? 그러면 연말까지 몇천억 더 주어버려. 주택시장 대책도 꼿꼿이 세웠다. 근로자서민주택자금. 2조4천억원. 우아. 당근 치고는 엄청 큰 당근이네. 미끈하고 통통하게 잘 생긴 당근. 재원마련? 별 걱정 다하고 있네. 꿈이 없으면 유토피아도 없는 줄 잘 알면서 그러네. 우린 너희들의 꿈이야. 잘 생긴 꿈.
이미 21세기로 후딱 넘어와 버렸다. Y2K? 별거 아니던걸. 옷로비에다 파업유도에다 언론문건에다 화성 씨랜드, 인천 호프집. 잡다한 것들이 얼굴을 쓸쩍 할퀴기는 했지만 다 지나 갔잖아. 지금은 새 천년을 맞았다구. 신지식인은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여론을 선도하는 세력들을 별도로 키워야 한다구. 정치적인 유혹의 손길로 보듬어야 한다구. 뭣들 하고 있어. 그 양반은 안돼. 낙선 시켜야 한다구. 낙선.
뻔하다. 차라리 날뛰는 벼룩의 간에 육간대청을 짓지. 좀스럽기는. 서로 말문을 틔어야 뭐 나오는게 있지. 그저 싸잡아 내동댕이 치지 않으면 내키지 않는 마음 씀씀이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왜 선거인가. 여론을 선도한다면 적어도 합리적이어야 하고 중립이라는 두 단어의 어깨로 현상들을 직시해야 한다. 그게 쉽지않은 일이라구? 알기는 알구먼.
학자들은 생명의 역사를 30억년으로 잡는다. 200만년 전만해도 우리들은 아무도 인간이 아니었다. 1백만년전 겨우 직립인이 나타나 그때 와서야 인간이 되었다. 그런 인간. 모든 동물이 존재의 흔적만을 남기는데 비해 인간은 창조의 흔적을 남긴다는게 차이다. 그렇지만 뚜렷이 알아 볼 수 있는 인간의 문화는 지난 10만년 또는 5만년 이내다. 활과 화살이 이때 비로소 등장한다. 활과 화살.
왜 갑자기 뚱딴지 같은 이야기냐구? 글쎄. 이런 엄청난 인간역사의 한 단면을 통해 우리는 지금 우리가 날뛰는 모양새가 얼마나 벼룩불알에 그친다는 비애를 잠시나마 맛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유독 그 활과 화살의 역사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벼룩잔치는 벌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잔치판의 그 벼룩들에게 활과 화살을 겨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딱 달라 붙은 그 벼룩들의 심장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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