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4월 안개호텔(19)

난감한 일이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걸까. 불길하지 않은가.

"난 그 여자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물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어요. 다만 당신에게 앞으로 좋지 않은 일이 닥칠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제게 다치게 될테니 당신 곁을 떠나라는 말까지 덧붙이더군요"

"그게 모두 사실이란 말이지?"

"그래요. 그러니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요. 그 여자가 누군지 말예요.

과거에 몇 차례 여자들에게 상처를 준 사실은 있지만 원한을 샀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남녀관계라는 것이 다 그렇고 그런 것이고 또 상처라는 것을 여자들만 받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전에 어떤 여자와 헤어지고 나서 몇 개월 술에 빠져 지낸 적이 있다.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를 쫓아다니면서까지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이제나 그제나 추호도 없다. 그런 일은 나약한 족속들이나 하는 짓이다.

검은 코트의 여자는 말을 마친 다음 벤치에서 일어나 먼저 옥상을 내려갔다. 옥주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스탠드바에서 양주를 세잔이나 거푸 마시고 반쯤 취한 상태로 간신히 이곳까지 걸어온 것이다.

오늘은 첫 눈이 온 날이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창들의 장미를 도둑맞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가 찾아와 옥주를 통해 불길한 말을 늘어놓고 사라졌다. 일종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갑자기 주위가 뒤죽박죽으로 변해버린 느낌이다.

자정이 넘기를 기다렸다가 옥주를 집에 바래다주기 위해 집을 나섰다. 차 안에서 나는 옥주에게 장미 화분을 잃어버린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의외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요? 라는 사소한 대꾸조차 없었다. 그녀는 눈이 쌓인 거리만 조용히 내다보고 있었다. 길은 미끄러웠고 아직도 눈발이 간간이 휘날리고 있었다. 항구 옆을 지날 때 그녀가 꺼끌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나면 그땐 어떡하죠?"

"글쎄,과연 그럴까?"

"그건 확실해요"

그녀가 단정적으로 되받았다. 잊었던 불안이 되살아나는지 그녀는 어깨를 떨고 있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짐작이 가는 여자 없어요?"

"있다면 진작 얘기했을거야"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