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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입논술-쟁점리뷰(시민사회의 중요성)

세계화와 정보화는 국경을 넘어서 자본과 사람, 정보와 상품의 교류가 일어나고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인류 공동의 생활세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것은 단순히 소통과 교류를 위한 물질적 기반을 마련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창의성이 미래 사회의 명암을 결정할 것이다. 시민사회는 경쟁과 대결의 논리를 넘어서 공존과 공생의 논리를 바탕으로 하며 국가와 시장의 논리로부터 벗어난 자율적인 활동영역이다. 권력의 논리와 이윤의 논리가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성차별, 정치적 억압과 환경의 파괴를 초래한다면 시민사회와 생활세계의 논리는 평등과 참여와 생태계의 균형을 지향한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세 가지 차원에서 지적할 수 있다. 첫째로 지방화시대를 맞이하여 중앙정치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지역 단위의 생활정치의 실현을 위해서 시민사회는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지방의 주민들이 자신의 지역에서의 공동체적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지방자치제라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방단위의 지역 시민사회가 만들어져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지방의회에 의해 수용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지방시민사회가 활성화되어야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시민사회는 중앙정치와 관련해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화의 심화와 개혁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밑으로부터의 요구가 만들어지고 공적인 여론 형성이 이루어지는 시민사회 영역의 중요성은 이제 더욱 커지게 되었다. 위로부터 모든 것이 결정되던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정치과정이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만연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오늘날 만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모든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고 재벌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적 허무주의를 정치적 책임의식과 적극적 참여정신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따라서 시민의 자발성과 창의성에 입각한 문제제기와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시민사회의 활성화가 그만큼 중요하게 된 것이다.

셋째로 세계화 과정의 심화에 따라 세계 시민사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와는 국민국가의 범위를 넘어서 환경문제, 인권문제, 여성문제, 국제적인 분쟁 등에 대한 범세계적 문제제기와 규범형성이 이루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범세계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국가들 사이의 연합체인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기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국제기구는 정부의 대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구촌 시민의 입장이 충분하게 대표될 수 없다는 것이 널리 지적되고 있다.

그에 따라 각 영역에서 국제적인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나타나게 되고 유엔의 각종 회의에서 국제적 시민단체의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적 시민단체들은 증언과 자문의 역할을 넘어서 의제를 제기하는 수준으로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린피스(Greenpeace),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Amnesty International), '국경없는 의사회' 등의 활동은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리우 환경회의에서 코펜하겐 사회 개발회의를 거쳐 베이징 여성회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시민 단체들은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중요한 활동을 벌인 바 있다. 이제 한국의 시민단체는 국내문제를 국내적 기준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문제를 세계적 문제의 일부로 보고 세계적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보면서 활동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갈등을 조화시키는 임무를 스스로 맡아 세계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으로서 동북아와 아시아 전체에서 빈곤문제의 해결, 여성지위의 향상, 노동문제, 환경문제, 인권문제 등의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강화는 민주주의의 내실화 과정이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운동이 갖는 의미를 밝히기 위해 민주화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단계는 구세력의 퇴진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구제도의 해체와 새로운 제도의 형성단계이다. 세 번째는 새로운 행위자의 형성과 참여의 확대 심화과정이다. 그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가 새로 권력을 장악한 집권세력의 위로부터의 개혁작업이라면 세 번째 단계는 밑으로부터 형성된 새로운 행위의 주체가 참여하는 시민운동의 작업이다. 온전한 민주화는 세 단계가 모두 이루어졌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시민운동은 민주화운동의 내실화이며 제도화 과정이다.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서는 옛 제도의 해체를 넘어서 새로운 제도와 새로운 사회적 행위자의 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구조에 대한 비판과 공격을 통해 낡은 권위주의적 제도와 반민주적 구지배세력을 약화시키고 폐기시키는 작업과 더불어 민주적인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밑으로부터의 자율적 참여로 활성화시키는 작업이 요청되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강화는 진정한 사회개혁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국가경쟁력 높이기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와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어야 한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만 진정한 사회개혁과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의 건설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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