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의 모래톱 주변에는 수천개의 불법 정치망이 설치돼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고속 발동선 수백척이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정부가 지난 66년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12만5천360㎢를 천연기념물 제179호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문화재보호구역과 자연환경보전지역 등 5가지의 규제를 설정했으나 개발논리에 밀려 슬금슬금 해제되고 불법 어업이 극성을 부리는 등 환경보호는 법전에만 존재할 뿐 실천은 없다.
광활한 습지와 사람의 키보다 큰 갈대가 우거졌던 과거 을숙도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상단부에는 준설된 모래더미가, 하단부에는 지난 92년 조성된 쓰레기 매립장의 흔적과 파밭이 남아 있을 뿐 새들의 쉼터인 갈대밭은 을숙도의 3분의 1도 안된다.
이처럼 철새 보호구역이 점차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해제사유 중에는 '철새가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포함돼 있어 보호의지 자체를 의심케 한다.
환경단체들은 "철새 도래지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면 복원보다는 개발의 적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자연생태계 보전지역과 습지보호구역 관리를 맡은 낙동강환경관리청 관계자는 1년에 한번씩 이 지역 생태변화를 관찰하고 밀렵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리가 필요없다고 말한다.
또 수질검사는 수자원공사에서 하기 때문에 모른다는 입장이다.
문화재보호구역을 관리하는 문화재관리국은 지난 89년 부산시에 관리업무를 이관했고 시는 다시 사하구청에 이를 재위임했다.
그러나 문화재 관리국은 지난 98년 을숙도에 관리사무소를 지어주고 부산시는 철새 보호선(2.3t)1척을 지원했을 뿐 이 업무에 필요한 연간 5천500여만원의 비용은 고스란히 사하구청이 떠맡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하구청은 이 넓은 지역에 선장과 사무직 공무원 1명을 파견하고 공익근무 요원 6명을 투입해 형식적인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사하구청은 지난 97년 10월 을숙도 상단부에 유채꽃 단지를 조성한다며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형상변경승인도 받지 않은 채 갈대밭 3천900여㎡를 훼손해 정부의 허술한 관리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생태계보존을 위해 어로활동이 엄격히 규제돼 있는 낙동강 하구의 개펄과 수심이 얕은 곳에는 불법 정치망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다.
사하구청과 강서구청은 해마다 2천여개의 어망을 철거하고 있으나 지난 70년대 중반 어패류의 일본수출이 가능해지면서 등장한 정치망의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단속업무가 일정기간에만 이뤄지고 있는데다 어민들은 구청직원들이 단속을 하고 모두 돌아간 밤과 새벽에 나와 어로활동을 하기 때문에 단속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관리관청의 단속의지가 이처럼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낙동강 하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장기적인 생태계보존 방향을 제시하는 상설기구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낙동강 하구에 내려진 5가지 보호조치를 관리하는 관청이 뿔뿔히 흩어져 있는데다 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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