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지역 병원에서의 첫 뇌사 판정 및 장기 이식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이뤄졌다. 동산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주신헌(여·39) 간호사는 "당황하거나 하는 별다른 혼란도 없었다"고 말했다.
뇌사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동산병원에 접수된 것은 25일 오전10시. 사고로 포항 선린병원에서 치료 받던 고모(33·경북 울진군)씨가 뇌사 상태에 빠졌고, 가족들이 장기 기증을 희망한다는 연락이 왔다. 동산병원 코디네이터 주 간호사는 곧바로 선린병원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달려갔고, 이날 오후2시 가족들의 장기 기증의사를 최종 확인했다. 또 영남권 장기이식 병원 1순위는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이지만, 기증자 가족들의 희망에 따라 수술 병원이 동산병원으로 정해졌다.
뇌사자 이송은 앰뷸런스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 7시30분 선린병원에 도착한 동산병원 일반외과 의료진은 환자를 태우고 곧바로 출발했으나 국도가 막히는 바람에 2시간이 지난 오후 9시30분에서야 동산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응급실에서 고씨는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혈액검사 X레이 등 기초 검사를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25일 밤11시. 신경과 임정근 교수는 제1차 뇌파검사를 실시하고 뇌사 조사서를 작성해 팩스로 국립 장기이식센터로 보냈다. 이식수술을 위한 조직검사도 실시됐다. 26일 오전6시, 소아신경과 김준식 교수가 제2차 뇌파검사를 실시했으나 뇌사로 판정할 수 있는 평탄뇌파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27일 오후 2시30분쯤 평탄뇌파가 나타났고, 오후3시에 뇌사판정위는 고씨의 뇌사를 정식 판정했다.
이날 동산병원장실에서 열린 위원회에는 학회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위원장 이상도 교수(신경과)를 대신한 같은과 박영춘 교수, 신경외과 손은익 교수, 소아신경과 김준식 교수, 핵의학과 전석길 교수 등이 참석했다. 비의료인으로는 원목실 장황호 목사, 오정윤 목사 등 2명이 참석했다. 뇌사판정은 6명 만장일치로 이뤄졌으며, 위원회는 국립 장기이식센터에 뇌사판정 사실을 최종 통보했다.
사고사일 경우 사망자 처리에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위원회는 대구지검에 장기 이식수술 승인을 요청했고, 오후5시30분 검찰의 승인서가 도착했다. 또 서울 중앙병원 간이식팀과 췌장이식팀 8명이 앰뷸런스편으로 오후 7시30분과 8시에 각각 도착했으나, 간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간이식팀 4명은 철수했다.
28일 새벽 0시20분. 적출 수술이 끝나자 고씨의 췌장은 특수 용기에 쌓인 채 반창고로 밀봉된 얼음상자에 담겨져 각막 1개와 함께 서울로 향하는 앰뷸런스에 실렸다. 나머지 각막 1개는 진주 경상대학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시각 신장 이식자로 결정된 심군과 전씨가 수술실로 옮겨져 신장 이식수술에 들어갔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은 고씨에 대한 뇌부검을 28일 실시할 예정이다.
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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