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대한 장군들은 어떻게 승리하였는가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장군은 전쟁 당시의 명성으로 후에 대통령까지 지냈지만 그리 위대한 장군은 아니었다. 1864년 버지니아 전투에서 그는 남군에 대해 직접 공격을 감행하다 전투력의 절반을 잃고 패배감에 젖어있다가 단 한번의 보급로차단 기동작전으로 패배가 아닌 교착상태를 만드는데 성공했을 뿐이다. 오히려 그의 수석부관으로 서부전선 전투를 넘겨받은 윌리엄 셔먼장군이 남군을 교란시키는 전략을 채택, 결정적 승리를 거두게 됨으로써 남.북전쟁 승리의 영웅이자 위대한 장군으로 남게 되었다. 직접적 공격의 단순 전략으로 일관하던 그랜트는 총애하는 셔만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지휘관임을 알아보았고 그에게 구체적 지시를 내리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승리에 기여하게 된다.

미국의 군사전략 전문가이자 한국전 당시 미군 군사연구단 지휘관이었던 베빈 알렉산더의 '위대한 장군들은 어떻게 승리하였는가'(김형배 옮김,홍익출판사 펴냄)는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격퇴한 로마의 청년 명장 스키피오로부터 한국전의 미군 사령관 맥아더장군까지 역사상 큰 전쟁에서 빛을 발했던 10명의 지휘관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은 전장의 긴장, 승리를 위해 전략.전술이 동원되는 과정, 피아(彼我)의 상황을 분석하고 냉철히 대응하는 장군들의 면모가 생생히 그려져 매우 흥미롭다. 직접적 충돌을 되도록 피하고 적을 교란하거나 약점을 이용해 승리를 이끌어내는 승리의 법칙을 거론, 손자병법이나 삼국지와도 일맥상통한다. 또 장군들의 무용담(?)을 통해서 위기에 대응하고 조직을 장악하는 한편 미래를 예측하는 지도자들의 식견을 제시함으로써 오늘날 경쟁사회의 구성원들에게 혜안을 가져다 주는 측면도 있다. 책을 알리는 문구 중 하나는 '위대한 장군들의 전략전술은 벤처기업의 그것을 닮았다'이다.

풍부한 전쟁사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돼 속도감있게 읽힌다. 걸작 영화로 평가받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실제 인물인 영국군 정보장교 로렌스 대위도 1차대전 당시의 중동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이끈 인물로 '위대한 장군' 반열에 올라있다. 요즘같이 '디지털 정보화'로 눈이 팽팽 돌아가는 세상에서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유효한지 독자들이 판단해 보는 것도 독후감의 소재가 될 수 있겠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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