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과학 신과학자-(8)영남대 손태원 교수

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나눠 3단계 공정이 필요하다. 나일론의 경우 석유화학물질에서 다시 질기고 단단한 물질인 고분자를 추출, 다시 실모양의 나일론이 생산된다. 오랫동안 모든 섬유제조과정은 이러한 3단계 공정을 거쳐 생산이 돼왔다.이러한 통념을 과감히 깨뜨리고 한 단계 공정만을 통해 섬유를 생산하는 방법이 지난 82년 한국 과학자에 의해 개발됐다.

섬유공학계에서 획기적인 기술과 이론을 개척한 영남대 섬유학부 손태원(孫泰垣·48)교수. 손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방탄섬유인 아라미드 섬유 제작공정을 간단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라미드 섬유에 실모양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 우연한 발견을 통해 손교수는 섬유를 간단한 공정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생체모사 축조기술(Biomimetic Architecture)'을 발명해내게 되었다.

생체모사 축조기술이란 자연계 생명체들의 자연스런 성장을 흉내낸 제조공법이다. 즉 나뭇잎의 경우 인위적인 조작없이 나무에 물과 거름을 주면 저절로 나뭇잎이 생성된다. 그러나 나일론등 일반 섬유는 섬유재료인 유기물질(고분자)을 아주 높은 온도에서 녹이거나 용액에 녹여서 작은 구멍을 통과시키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생체모사 축조기술은 나일론 제조방법 같은 인위적 공정대신 나뭇잎이 저절로 자라나는 것처럼 물질들이 자발적으로 섬유의 모양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술로 아라미드 섬유를 제조한 손 교수는 지난 85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미국물질특허를 취득한 과학자로 기록됐다. 손 교수의 생체모사 축조기술은 87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Nature'326호에 상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은 손교수의 생체모사축조기술을 한국과학기술원 3대 발명업적중 하나로 꼽을 만큼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생체모사축조기술은 비단 섬유공학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이론상 적용이 가능하다. 100여 과정의 제조공정을 필요로 하는 제품에 생체모사축조기술을 적용하면 단 한 공정을 통해 제품이 완성될 수 있다.

특히 생체공학분야에서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인공생체와 로봇용 생체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아직 실용화되기에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손 교수의 생체모사축조기술이 많은 분야에 실용화되면 산업혁명 이상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손 교수는 아라미드 섬유 제조공정에 적용된 생체모사축조기술을 방탄섬유 종류인 복합알로이 섬유와 무방사 아크릴 단섬유 개발에도 적용, 종래의 섬유제조공정 정형을 벗어나 간단한 공정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특히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물질대신 물을 용매로 사용한 섬유제조 기술을 개발, 환경보호에도 많은 기여를 하게됐다.

지난 98년에는 염색이 되지 않는 올레핀 섬유에 다른 물질을 섞어 염색을 하는데 성공을 거뒀다. 의류, 카펫, 산업용 등에 쓰이는 올레핀 섬유의 염색방법 개발로 손 교수는 또다시 명성을 떨쳤다. 미국발명특허 절차를 추진중인 올레핀섬유 염색법 개발은 현재 상업화과정을 밟고 있다.

손 교수가 지금까지 취득한 특허만도 51건. 대부분이 섬유제조공정과 염색법 등에 관련된 것들이다. 이중 미국특허 4건, 일본특허 1건등 5건이 외국특허이다.

손 교수는 이제 생체모사축조기술을 1차단계인 섬유에서 한 단계 발전한 2차 단계로 확대해가고 있다. 생체모사 축조기술을 1차원인 선(線)에서 평면으로 발전시켜 필름을 만드는 단계까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생체모사축조기술의 최종 종착점은 입체적 제품을 만드는 것. 아직 험난한 과정이 많이 남아있지만 언제가는 이뤄질 것이라 손 교수는 믿고있다.

손 교수가 현재 구상중인 연구는 전자파를 차단할 수 있는 섬유를 만드는 방법이다. 현재 전자파 차단은 의류에 금속칠을 입혀 만드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섬유자체로 전자파 차단이 가능한 소재는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손교수는 전자파 차단의 특성을 갖고있는 섬유를 각종 고분자의 합성을 통해 개발하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柳承完기자

약력

△계성고·서울대 섬유공학과 졸업

△영남대 섬유공학과 석사 서울대 섬유공학과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 연구원

△일본 섬유고분자 재료연구소 초청 연구원

△미국 아크론대 방문 연구원

△경북 테크노파크 기술창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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