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정몽구(鄭夢九)몽헌(夢憲)형제의 갈등과 내분으로 대혼란을 빚고 있는 것은 국가경제에 큰 피해가 우려되는 사태다. 현대는 우리 경제의 대표적 기업군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금강산개발사업 등 대북경협을 포함 한국경제의 신인도를 좌우할만한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구제금융사태를 맞아 한국경제를 주도해온 재벌의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경제회복의 핵심사안이었다. 이 때문에 현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온 재벌개혁이 뒷걸음질치고있음을 현대의 경우가 확인시켜주고있는 것은 여간 실망스럽지않다.
이번 현대의 후계갈등은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인사파동에서 비롯돼, 정주영 명예회장이 구조조정위원회를 통해 각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하면서 그룹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의 쟁탈전이 확대된 상태에서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형제간의 후계갈등에 결정권을 가진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관성없는 태도를 보여 이같은 사태가 증폭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정 명예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이를 직접 수습치않는 한 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사태를 좁게보면 재산상속을 둘러싼 정씨일가의 내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는 기업군의 규모나 비중 등의 성격으로 보아 특정가계의 소유물로 볼 수 없고 경영권갈등 문제를 집안문제로만 방치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대는 수많은 종업원과 주주, 채권자들의 기업이며 그때문에 국민기업이라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선 이같은 내분이 장기화되면 한국기업의 대외신인도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 분명하다. 재벌의 폐해가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97년말을 생각하면 정씨일가의 경영권싸움이 국가경제를 불안으로 몰아넣는 작금의 상황은 두렵기까지하다.
그동안 재벌의 1인지배체제, 이른바 황제경영이 대통령과 재벌총수들과의 합의에 의한 재벌개혁으로 시정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이번 현대사태는 그같은 경영형태가 전혀 바뀌지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정부가 모범규준을 만들어 권장해왔으나 재벌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않고 있는 것이다. 정씨부자 문제가 국가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지경에 이르렀다면 정부도 재벌문제를 마냥 자율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현대증권과 고려산업개발이라는 대기업의 대표이사 회장과 사장직이 주총의 승인없이 오너의 말 한마디에 바뀌는 행태는 제도적으로 규제받아 마땅한 일이다. 현대의 시급한 수습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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