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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이정호(대구대교수·건축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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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4월, 봄기운이 완연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4월은 언제부터인가 또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춘투'의 계절이 그것이다. 민주화란 이름의 산물인 투쟁의 계절은 여러 측면에서 득과 실을 만들었지만 건축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시인이자 사상가인 폴 발레리는 건축 중에는 '침묵하는 건축','말하는 건축',그리고 '노래하는 건축'의 세 종류가 있다고 하였는데 그 중 '노래하는 건축'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하였다.

그것은 건축이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시인의 눈에 비친 것이리라. 그러나 그가 만약 춘투의 희생물로서 온 벽에 붉은 색 스프레이의 구호로 써갈겨지거나 화염병 세례로 시커멓게 뚫려진 건물을 본다면 새로운 한 종류를 추가했을 것이다. '통곡하는 건축'이라고.

여타 예술이 그랬듯이 건축이 혁명이나 투쟁의 시대에 상징물로 이용된 경우는 많이 있다. 러시아혁명 이후 소련의 건축은 레닌의 연설대와 다른 계획안에서 보는 것처럼 붉은 색과 철재를 사용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때의 붉은 색과 철재는 공산당과 노동자계급의 상징이었다. 또 전제 군주국가가 건설한 수많은 기념관들도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건축은 다르다. 적어도 우리는 학교에서 벽에 낙서를 하면 안된다고 배워왔고 공공기물을 파손하거나 남의 작품을 건드려 손상하면 비록 그것이 한 개인의 것이라도 손해배상 해야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어떤 소수나 집단이 그들의 목표를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이 심한 피해를 입었을 때 법은 너무나 관대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툭하면 건물을 점거하고 파손하며 마구 손상시켜도 아무도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 것 같다. 일종의 불감증 증후군이다. 건축은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아무 말없이 다 받아주면서 묵묵히 역사의 흔적과 함께 해왔다. 건축은 죄가 없다. 단지 그곳에 서 있을 뿐이다. 건축물은 개인의 소유물로서만이 아니라 대중의 환경적 공유물이다. 어느 병원건물의 피해를 보고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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