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는 과연 400년만에 '본토인'(원주민)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유럽인의 침공으로 지배력을 빼앗겼던 인디오들이 이제 그 자신의 모습, 잉카 문명의 화려한 부활에 이를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페루로 쏠리고 있다.
페루에서 새 대통령 선거 1차 투표가 실시된 것은 9일. 총 5명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핵심 대결자는 원주민 출신(야당) 톨레도(55)와, 현임의 후지모리(62) 대통령 등 두명. 한국시간 10일 오전까지는 두 후보의 득표율이 비슷, 아무도 50%의 득표를 넘지못함으로써 6월 결선투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 이 1차 투표에서는 톨레도가 45.2~48.5%를 득표할 것으로 나타나, 후지모리(42.7~43.6%)를 앞질렀다. 톨레도의 지지율은 올해 초까지만도 한자리 숫자에 불과했었다. 때문에 그의 선전은 1821년 페루 독립 이후 최초의 원주민 지도자 탄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페루 국민의 87%를 차지하는 원주민(혼혈 포함)들은 또다른 이유에서도 톨레도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바닷가 인디오 마을 빈민 가정의 16남매 중 하나로 태어난 톨레도는 다른 많은 원주민과 마찬가지로 끼니조차 제때 때우지 못한 채 새우잠을 자는 비참한 생활을 했다. 소년시절 유일하게 할수 있었던 일이 구두닦이. 그러나 그는 구두를 닦아 번 돈으로 책을 사 틈틈이 공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주경야독 끝에 장학금을 받고 페루 산스프란시스코 대학에 입학,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 일간지 지방주재 기자 시험에 합격했다. 언론인의 길을 걸으려고 했던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장학금이 주어지자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개발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연구활동을 하다 세계은행(워싱턴) 관리로 전직, '촐로 엑시토소'(성공한 혼혈 인디오)가 됐다.
톨레도는 선거기간 중 "우리는 수세기 동안 굴종과 굴욕의 역사를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원주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시간에 도달했다"며 실업 문제 해결과 경제 부흥을 약속했다. 이때문에 일부 원주민들은 수백년 전 잉카문명의 재건을 약속하고 홀홀히 망망대해로 떠났던 태양의 신 '바라코차'의 재현으로 그를 생각하고 있다.
잉카문명의 부활을 기다리는 원주민의 열망은 '결선투표'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페루는 인디오 47%, 인디오-백인 혼혈 40%, 백인 12%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는 후지모리의 '페루 2000' 당이 120석 중 49석을 차지하고, 톨레도의 '페루의 가능성' 당은 31석을 획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나머지 40석은 7개 정당이 각각 나눠 가졌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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