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출신 비영어권 작가들의 미국문단내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소설 '외국인 학생'으로 미국 '베스트 10 소설'에 뽑힌 한국계 2세 수잔 최를 비롯 소설 '굶주림'으로 주목받은 중국계 작가 장란 등 이민세대의 문학이 미국문단에 진입해 큰 흐름을 형성하면서 역량있는 비영어권출신 작가들이 잇따라 부상, 미국문학의 층위를 더욱 다양하고 두텁게 해주고 있다.
올해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상 수상작으로 결정된 중국계 작가 진하(미국명 하진)의 소설 '기다림'이 미국 출판계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요녕성 출신인 진하는 문화혁명기인 14살때 인민해방군에 입대, 복무한후 철도통신원으로 일하면서 영어를 독학한 후 1985년 미국으로 건너온 중국계. 현재 에모리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그는 영어를 접한지 불과 10여년밖에 되지 않는 비영어권의 작가로서 이처럼 투명하고 힘있는 문장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처녀작 '기다림'은 순수한 사랑을 위해 18년을 기다리는 중국군 의사의 이야기. 중국판 '닥터 지바고'로 불리는 이 소설은 정치 이데올로기속에서 피어난 두 남녀의 순결한 사랑과 인간정신에 대한 진실을 들려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공린은 집안 어른들의 강요에 의한 무의미한 결혼생활에 번민한다. 아내 슈유는 촌스럽고 볼품없는 여자. 애정없는 부부관계를 유지해온 그는 어느날 자유를 꿈꾼다. 하지만 결혼한지 18년이 되지 않은 장교는 아내의 동의없이 이혼할 수 없다는 군대 규정에 묶여 있다. 아내 슈유는 이혼을 거부하고, 어쩔수없이 18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리기로 작정한 그는 매년 여름이면 거위촌에 돌아와 판에 박은 일상에서 떠나 평화와 고요의 시간을 보낸다. 이런 공린의 가슴에 같은 부대 간호원인 만나의 존재가 크게 다가선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공린은 문화혁명기라는 격변하는 중국 현대사의 소용돌이속에서도 그녀와의 순결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세상사에 비껴나 관조의 입장에 선다.
정치적 알레고리가 깔려 있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이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테러, 전쟁에 못지 않는 비중으로 차분하게 조명해간다. 작가는 인간이 곤경에 처했을때 사랑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미국 유학후 중국으로 돌아가 교사될 계획이었다는 작가 진하는 천안문사태를 지켜본후 미국에 머물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쓸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 그 이유. 그는 중국을 소재로한 소설이나 한국전 전쟁포로를 소재로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고 최근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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