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에는 1천여년전 역사속에 묻혀졌던 인물이 되살아나 화제가 되고 있다.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 태조 왕건이 방송사극의 주인공으로 등장, 시청률 30%를 웃돌 정도로 인기몰이에 성공하는가 하면 총선 유세에 나선 야당 총재가 오늘날의 왕건임을 자처, 표 몰이에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왕 건'이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자 출판가에서도 호재를 놓칠 리 없다. 방송작가 이환경씨가 쓴 역사소설 '태조 왕 건'(밀알 펴냄)과 '인물로 읽는 고려사'(정성희 지음·정아출판사 펴냄) 등이 잇따라 출간돼 독자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인기 사극 '용의 눈물' 작가였던 이씨는 그가 다시 대본을 맡고 있는 사극 '태조 왕 건'을 동명 소설로 펴냈다. 전 3권으로 출간될 이 소설은 현재 2권이 시중에 나와 있으며 곧 3권이 나올 예정이다. 사극이 인기를 끌자 소설이 나온 것이 아니라 방송과 출판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에서 나온 책이라 할 수 있다. 내용은 후삼국 시대의 혼란스런 50년간 등장하는 궁예와 견훤, 각 지방의 호족들이 쟁패하는 과정과 화합을 내세운 왕 건이 어떻게 통일 왕국을 세울수 있었는 지를 다룬다'인물로 읽는 고려사'는 왕 건을 시작으로 고려사 전체를 인물 중심으로 엮어 역사의 재미와 이해를 도운 책이다.
'왕 건' 붐과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출간된 책 중 궁예가 오른쪽 눈을 잃은 것으로 된 책을 접한 독자들이 방송에는 왼눈을 잃은 것으로 돼있다며 항의해 이에 당황한 출판사가 책을 회수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영화, 방송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면 책으로 출간되는 경향은 이미 자리잡은 문화상품 생산과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역사물의 경우 딱딱하게 여겨져 일반이 외면하기 쉬운 소재를 방송이 흥미롭게 다루면 책으로도 성공, 역사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더욱 정밀하게 다뤄야 할 부분, 해석의 여지가 많은 부분에 대한 접근이 논란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있어왔다. 그 부작용 자체도 역사적 논의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오락적 요소를 숙명적으로 안아야 하는 대중 문화상품이 역사를 다룸으로써 다의적이면서도 새로운 역사적 논의에 관한 역사학자들의 대중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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