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닥친 화마에 산골 주민들의 소중한 꿈은 연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울진군 북면 복지회관에 대피한 주민들이 뿜어낸 긴 한숨엔 잿더미로 변한 산처럼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누렁이를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집에서 키우고 있는 암소 누렁이를 대피시켜 놓지 못한 채 몸만 겨우 빠져 나왔다는 주광식(55·울진군 북면 검성리)씨는 이재민 임시 대피소인 북면 복지회관에서 술에 취해 있었다.
누렁이는 아이들 학자금 마련을 위해 3년전 울진 우시장에서 사와 온갖 정성을 쏟으며 키워오고 있는 주씨에겐 그야말로 꿈나무.
쏟는 관심만큼이나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누렁이를 보며 삶의 위안을 얻는다는 주씨는 산불이 마을을 덮친다는 소식에 겨우 몸만 추스리며 빠져 나왔다 뒤늦게 누렁이를 놔 두고 왔다는 절망감에 연신 소주잔을 기울였다.
"어디 안전한 곳에 피해 있을 거야…"
고삐를 풀어놓고 왔다는 사실에 한가닥 희망을 건다는 주씨의 눈엔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울진·黃利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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