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 개표결과는 전 국민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무엇보다도 이번 총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영남권에서의 민주당 완패와 호남권에서의 한나라당의 완패에 있다. 그리고 두번째 특기사항은 자민련의 부진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런 당선구도는 앞으로 어떤 정치양상으로 발전해 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선거결과는 김대중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영남에서의 민주당의 완패는 이 지역민들의 김대중정권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가를 보여준다. 당선이 예상되던 김중권씨와 노무현씨가 침몰한 것은 이런 지역정서 탓인 듯하다.
이 지역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을 완전히 선택한 것은 한나라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민주당 정권, 구체적으로 말해서 김대중 정권을 견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동안 집권세력을 배출했던 이 지역 유권자들의 정서는 역시 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의 집권에 심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 표심으로 연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은 자민련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영남권에서의 자민련의 완패도 일종의 김대중정권 경계심리와 연을 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자민련이 과거 민주당과 공동정권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선거초기 우세를 보이던 이정무 후보의 실패는 이런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김대중 정권에 대한 견제력이 흩어지는 것을 이 지역 유권자들은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권세력에 미치지 못하는 민국당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윤환 후보가 실패한 이유는 여기에 있을 듯하다.
정치와 표심은 현실이기 때문에 그것을 탓하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치유할 방도를 현실적으로 먼저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김대중정권은 영남의 민심을 정확히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이 지역 반 DJ정서를 치유하는 방법은 정부 요직임명에 있어서 핵심직을 가능한 균형을 맞추어서 하는 것이 요체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대통령 비서실의 요직 인선에서도 이 지역민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것이 필요한 듯하다. 정부부처에 남아 있는 고위 공무원들의 숫자만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가 얼마나 요직인가 하는 점을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다.
호남의 무소속 4석은 민주당 의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민주당은 119석으로 한나라당과의 의석 수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위적인 이합집산이 계속되면 영남의 민심은 그만큼 더 차가워지고, 다음 대선에서는 더 심한 지역감정을 노출할는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애향의식이 강한 우리 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집권자를 자기 지역에서 내려는 지역주민들의 바람같은 것이 있는 듯하다. 설날과 추석명절때의 귀향인과와 월남인들의 북한 고향애의 애착같은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번 총선구도는 이런 시각에서 보아야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자민련의 퇴보는 그들의 주자인 JP가 대선 후보로서의 이미지가 약화됨으로써 야기되었고, 이인제와 이회창이라는 새로운 기대주를 찾아 민심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충청권은 이제 자민련의 보루가 더 이상 아니다. 자민련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번 16대 총선을 지역색채의 심화라는 부정적인 차원에서만 볼 것은 아니다. 어느면 한국정치의 한걸음 진보라는 측면도 강하게 가지고 있어 우리를 고무시킨다. 그것은 이종찬 김윤환 조세형 이수성 박철언 등 거물 정치인들의 탈락이다. 이들 중에는 스스로 차기 대선주자임을 선언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거물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번 총선에서 불어닥친 세대교체의 바람은 어느 선거때보다 거셌다. 386세대의 약진은 이번 총선의 또다른 특징이다.
새 천년에 걸맞은 새로운 이미지의 정치인이 아니면, 그가 아무리 다선을 쌓은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하더라도 그는 유권자들의 버림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이제 정치인은 자신이 많은 지지세력과 경력을 갖춘 거물임을 과시하려 하지 말고, 얼마나 국민을 위해 두 발로 뛰는 정치인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병역관계와 납세실적의 공개, 전과 공개는 획기적인 사안으로 유권자들을 제대로 대접해준 처사였다. 총선 시민연대의 낙천자 명단 발표와 낙선운동은 정치의 새로운 국면을 예기하는 것으로,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색에 가려 이 단체의 낙선운동이 약화되어 버린 곳도 있으나 수도권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나왔다. 후보자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데 유권자들의 시선은 일치하였다.
정치권은 총선 후 또 인위적인 이합집산을 시행하지 말고, 국민들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잘 파악하고, 서로 싸우는 대신 타협하고 협상하여 정국을 잘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소성.소설가.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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