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총선후 경제의 불안

선거기간 동안 경제가 방만하게 굴러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적자재정 해소와 경기과열.인플레방지를 위해 긴축이 시급한 판에 각종 선심정책의 남발과 선거자금의 살포로 경제정책이 확장쪽으로 뒷걸음질쳤다. 대우자동차매각 등 시급한 현안들의 해결이 선거이후로 미뤄지고 2차금융개혁과 관련한 정책당국자의 부적절한 발언 등 정책의 혼조가 심했다. 그러는 사이 유가급등, 원화가치절상 등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되고 정부나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급속한 경기회복 속도에 빠져 구조개혁을 게을리하고 다시 과소비.사치 풍조가 되살아나 일부에선 제2의 위기가능성을 우려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우리경제가 비관적인 것은아니다. 최근 외국의 경제전망기관들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7~9%로 높게잡을 만큼 비교적 밝게 보고있다. 대외경제환경이 괜찮고 재벌개혁과 벤처기업육성이 성장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외국기관들도 한결같이 높은 성장에 대비한 경기의 연착륙에 향후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같은 과제로 경기과열과 인플레 예방을 위해 단기금리를 소폭인상하고 개혁과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해야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총선이후 개혁과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현재 850억달러에 달하는 외화유동성과 높은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2.4분기 중에 국가신용등급이 추가상향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도 박태준총리가 총선후 국정운영방향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경제개혁 가속화방안을 집중논의했다는 것은 일단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논의가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공공부문개혁에서 힘의 논리와 정치논리가 우세했던 경험에 비추어 이번 총선에서 제2당으로 밀린 여당이 앞으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재벌, 금융, 노동, 공공부문의 개혁은 심한 역풍이 예상되는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에 따른 과소비사치와 여당의 선거공약실천에서 빚어질 재정수용의 급증, 남북정상회담의 후속과제로 떠오른 대북지원사업 등은 긴축기조의 유지를 어렵게할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위기를 부르지않기 위해선 지나치게 정치적 인기에 연연하지말고 2차 구조조정과 개혁의 고삐를 죄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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