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문학계 요시모토 바나나 신드롬

1987년 데뷔와 함께 '바나나 현상'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설가. '이즈미 교카'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받는가 하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일본 현대문학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여성작가. 요시모토 바나나(36).

"나의 최종 목표는 노벨문학상"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는 그는 90년대 일본 문학에 하나의 전설을 낳고 있다. 1988년 초판을 찍은 데뷔작 '키친'은 전 세계 30개국에서 번역돼 2백50만부나 팔려나갔다. 이후 '도마뱀' '하치의 마지막 연인' 'N·P' '허니문'등의 소설을 잇따라 발표한 그는 소설을 통해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신세대들의 의식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풍향계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사상가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의 딸인 그는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통해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 아시아와 유럽, 미주 등 전 세계적으로 열성적인 팬을 갖고 있다.

이렇듯 요즘 신세대에게 몰아치고 있는 '바나나 현상'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학은 기존의 일본 순수문학이 기본 덕목으로 삼았던 엄숙주의의 반대에서 출발한다. "소설을 통해서 한 편의 좋은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흥을 전할 수 있다면…"하는 소박한 문학의 출사표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의 작품에는 이데올로기에 짓눌리지 않고, 자기취향대로 살아가는 신세대들에게 어필하는 '가벼움의 미학'이 녹아 있다. 그는 사랑과 꿈이 필요한 십대들이 사춘기를 넘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바깥 세상을 만나고, 그것을 감싸안게 되기까지의 방황을 간결한 문체와 거침없는 대화로 풀어낸다.

독자들에게 고전적 교양따위는 애초부터 요구하지 않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간다는 시대적(문화적) 동질감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녀의 세계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 이 점이 그의 문학의 최대 장점이다. 실제로 그의 소설에 빈번히 등장하는 영화나 만화, 유행가, 록 뮤직, TV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적 소재는 그러한 시대적 동질감을 환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거꾸로 바나나의 소설 '키친'과 '암리타'는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런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전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은 열광한다. 바나나의 소설에는 어떤 특정한 문화에서 느끼는 이질감을 넘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신세대들이 느끼는 고민과 세상을 향한 욕망과 허무 등을 풀어가는 그의 소설적 지향점에서 전후 일본문학이 갖고 있는 새로운 강점을 읽어낼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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