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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이정호-대구대 교수·건축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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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선이 그어지고 도로가 건설된 뒤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불야성의 동네가 황금동에 만들어졌다. 무분별하게 돌출된 간판과 강렬한 색채 등 미관을 해치는 점도 적지않지만 거리 전체가 수많은 식당들로 형성돼 눈길을 끈다.

'건축가 없는 건축'이란 책에는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애 가득한 마을과 특이한 형태의 토속적 건축물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저자는 건축가 없이도 좋은 건축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건축가들에 의해 계획된 인위적 건축환경을 떠나 자연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꼬집고 있다. 또 '근대건축의 실패'라는 책에서는 성냥갑처럼 똑같이 지어진 건축물이 인간성을 상실케 하고 기계적인 환경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가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대 건축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포스트모던 건축의 시작을 알리는 유명한 책 '라스베가스의 교훈'에는 라스베가스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서 매력적인 도시로 인식되며,그곳에서는 과거의 기능주의 건축에서 볼 수 없던 재미있는 상업건축과 광고물, 조명 등을 통해 건축가들이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일부 지역이 개발에 의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지만 대구에도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재미있는 곳이 많았다. 진골목, 깡통도로(북성로), 약전골목, 그리고 향촌동과 동성로가 좋은 예로서 그곳엔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체취가 배어있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 비록 지저분하고 시끄러워도 매력 넘치는 곳이어서 대구를 상징하는 장소로 꼽히기도 했다.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해 인간생활의 희노애락을 담을 수 있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며, 또한 기능적이면서도 재미있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점을 모두 충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이라도 무조건 깨끗하고 새로운 것만을 위해 기존의 것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하기에 앞서 보존·보완하는 방법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그 지역만의 독특한 곳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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