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섬들에 갇힌 바다는 고요하다.때때로 가벼운 바람이 간지럼을 태우지만 이내 수면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햇빛이 피아노 선율처럼 뛰어 놀다가 이내 시들해져 은빛 바다에 가만히 드러누우면 건너편 작은 섬 기슭에서 아지랑이를 동반한 봄이 초록빛 수면 위로 내려오고 있다.
연둣빛 물이 들기 시작하는 능선마다 진달래가 산불처럼 번지고 복사꽃이 나지막한 지붕들의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보리밭에서 노래하는 새들의 맑은 소리에 벚꽃이 소나기처럼 지고 있다.
구불구불한 해안 길을 따라 썰물에 드러난 갯벌에 바지락과 굴을 캐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유년시절 '가고파'노래속의 남쪽 바다는 닿을 수 없는 동경의 나라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삶의 목표인양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날, 몇번이나 다도해를 지나치면서도 무심히 바라보았던 풍경들이 오늘은 아득한 꿈결처럼 아름답다. 요즈음 주변의 모든 사물들과 풍경들이 늘 보아왔던 모습과 달리 낯설고 새롭게 다가온다. 늘 곁에 있었지만 한번도 유심히 바라보지 않았던 것들이 불현듯 다가와 자기 존재를 확인시키고 마음에 진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내 마음은 무엇을 보고 어디에 가 있었던 것일까. 손을 내밀면 언제나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저리도 아름다운 것들을 두고 바라볼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일까. 무언가 그리워하면서도 실체를 몰라 애태우면서 멀리서 찾을 생각만 하고 세상 밖으로 헤매 다닌 날들이 부끄럽다.
물살처럼 한나절은 빠르게 지나가고 작은 포구마다 하나 둘 등불이 켜진다. 불을 켜지 않아도 섬 언저리 벚꽃이 바다를 훤히 밝힌다.
작은 섬들에 둘러싸여 시시때때로 표정을 바꾸는 아름다운 다도해 한쪽을 가슴에 옮겨놓고 거울처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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