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의원은 '無노동 有임금'

중국인들이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는 남송(南宋)의 명장 악비(岳飛)는 나라가 번성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군인이 생명을 아끼지 않고 관리가 돈을 좋아하지 않으면 된다'(武人不惜命文人不愛錢)고 잘라 말했다. 악비이래 천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공직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되는지 이처럼 압축된 말로써 명쾌하게 답변한것도 찾기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국회의원 세비가 또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16대의원 당선자중 현역의원을 제외한 134명이 국회가 개원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5월달의 국회의원 수당 420여만원을 고스란히 받게됐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은 임기 개시일(5월30일)이 속한 달의 수당을 전액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의원들은 국회에 들어가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틀만에 420만원의 '무노동유임금'의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어찌보면 법에 규정된 혜택을 어떡하란 말이냐고 반문할만도 하다. 그러나 속사정을 따지고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15대국회 개원 당시 똑같은 사정이 벌어졌을 때 김홍신(金洪信) 당선자가 5월분 세비 반납과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동료 의원들은 이를 보고도 모른척 유야무야로 넘겼고 4년이 지나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에 치사스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실상 누구인들 돈을 싫어하랴마는 우리나라 의원들은 유독 돈을 밝힌다. 여야가 사사건건 시비를 붙다가도 세비인상의 안건만은 만장일치 통과가 상례다. 지난 97년 IMF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여야는 세비인상을 꾀하다 비난 여론에 마지못해 철회하더니 2000년 예산에는 만사 제쳐두고 의원세비를 14.3%나 인상, 제 앞가림에 급급한 모습이다.

▲우리는 국회의원자리가 현실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지역구 관리 하랴 선거치르랴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려면 지금의 세비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도 간다. 그러나 과연 지난4년간 나라일만 생각하며 열심히 뛴 의원이 몇명이나 될는지 생각해볼 일 아닐까. 무턱대고 세비를 챙기지 말란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세비를 챙겼으면 해서 해보는 소리다. 어쨌든 공직자가 돈을 안밝혀야 나라가 융성한다는 옛 말씀은 탁견이란 생각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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