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 한나라당 진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민주당은 4.13 총선에서 대구.경북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했지만 열릴듯 열릴듯 하면서도 이번에도 열리지 않은 지역민들의 마음에 다시 다가서기로 했다.

엄삼탁 대구지부장은 17일 선대위 해단식을 가진데 이어 18일에는 지구당위원장 초청 오찬을 갖고 "실패에 주저앉지 말고 새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일 때 시민들도 우리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며 "주저앉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야당도 우리들의 모습에 놀랄 것"이라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엄 지부장은 이어 "정부와의 고리 역할과 민원처리 그리고 정책기능 강화 등 여당으로서 본분을 계속해 나가자"며 과거 호남지역 여당 지구당위원장들이 지역사회의 대정부 창구로서 자기 역할을 다했음도 상기시켰다.

이처럼 민주당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게 만든 것은 놀랄만한 득표율 상승 때문이었다. 대구.경북을 합해서 14.7%. 4년전보다 약 12배의 증가세다. 경북 역시 역대 어느 선거보다 화려한 진용을 갖추고 선거에 임했으며 득표율 역시 놀랄만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 밑거름이 돼 선거에는 졌으면서도 기세가 위축되지 않고 있다. 낙선자들 스스로도 "조금만 더하면 뭔가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19일에는 김중권 대구.경북 선대위원장이 지역 지구당위원장들과 오찬을 겸한 지역 선대위 해단식을 가졌다. 비록 본인은 물론 후보자 모두 낙선했지만 "다시 시작하자"는 뜻에서다.

반면 자민련의 모습은 참담하다. 어떻게 하라는 중앙당의 지시도 없고 어떻게 하자는 자체적인 활로모색도 없다. 그저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도 실패할 정도의 참패와 지역의 전원 낙선이라는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래 없던 곳에서 지지율이라도 올라갔지만 자민련은 원내 의석만도 영입파까지 6석이었으나 이번에 전멸했고 지지율도 '추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급전직하했다.

지역 자민련을 대표하던 박철언 부총재는 휴식을 겸해 당분간 재충전과 진로 재정립의 기간을 가질 전망이다. 이정무 전 건교부장관 역시 정치활동 재개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들이 다시 정치전면에 나설 지는 확언할 수 없다. 또 다시 나서더라도 그 때가 언제가 될지, 지역에서 괴멸되다시피 한 자민련 간판을 내걸지도 의문이다.

다른 인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자민련 주변에서는 시.도지부 폐쇄설마저 나돌고 있다. 총선에서 살아남은 자민련의 색채가 충청도 당이라는 점이 분명해 질 수록 대구.경북 자민련은 '존재의 이유'를 잃어갈 전망이다.

참담하기는 민국당도 마찬가지지만 자민련보다 모양새는 조금 더 낫다. 거의 전 지역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고 중앙당도 언제 불씨가 꺼질지 모를 정도로 운명이 풍전등화다. 하지만 시지부장인 김현규 전 의원이 지역구 관리에 의욕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한 두 사람의 후보를 제외하면 지역 관리도 계속 해나갈 것이라는 소식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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