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이 등급만 표시되고 대학들이 다단계 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면 과연 수험생들의 공부 부담이 줄어들까.
19일 발표된 교육부의 2002학년도 수능방침을 접한 고교 진학담당교사들은 "이제 학교 자체의 진학지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총점과 석차 백분위 없이 수능등급만 발표될 경우 학생들에게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지원하라고 상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2000학년도 수험생을 등급별로 분류해보면 1등급 4%에만 무려 3만명 이상이 포함된다. 결국 등급구분은 무의미해지고 대학별, 계열별, 학과별 전형방법에 맞춰 수험생의 영역별 점수를 감안해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여기에 대학별로 다단계 전형을 하게 되면 전국 186개 대학의 세세한 전형방법을 파악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수험생 개인은 물론 고교 진학담당교사들이 분석,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
이렇게 되면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한 학생보다 입시정보에 밝은 수험생이, 지방보다 대도시 수험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또 공부보다 같은 등급대 수험생들의 성적분포나 지원방법 등을 탐색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이를 전문으로 해온 사교육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진학지도 교사들은 교육부의 이번 발표에도 불구, "수능점수가 결국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라는 학생, 학부모들의 사고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수능 이외의 전형요소, 즉 학생부나 면접, 논술, 특기 등으로는 당락을 결정할 만한 변별력을 갖기 힘들어 수능점수가 가장 객관적인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대학들조차 인정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등급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기.적성이나 기타 전형요소의 비중을 무턱대고 높일 경우 학부모, 학생들의 엄청난 불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교사들은 현재 특기가 뛰어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은 고작 1, 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학에서 인정받을 만한 수상경력자는 더욱 적고 현재 쏟아지고 있는 자격증도 대학에서 인정받을 만한 것은 몇 개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 학생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객관적인 전형요소 개발이 과연 가능할지는 극히 의문스런 대목이다.
한 교사는 "이번 발표대로라면 교내 진학지도가 불가능해 지역단위로 협조하거나 사설 입시기관의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도가 바뀌었는데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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