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주왕복선 엔덴버호 수치지형도 임무 완료

빠르면 올해 안에 유사 이래 작성된 지도 중 가장 정확한 지구 표면의 3차원 지형도가 공개될 예정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지구의 세세한 부분까지 발가벗길(?) 수 있게 될 전망. 예를 들어 짙푸른 숲에 덮여 속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던 아마존강 유역의 정확한 지형을 마치 손바닥 위에 모형도를 놓고 보듯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월 '우주 레이더 수치지형도 임무(SRTM:Space Radar Topography Mission)'를 띠고 지구 궤도로 날아올랐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는 9일 6시간 만에 전지구 표면의 80%를 아우르는 상세한 3차원 지형 자료를 확보해 지구로 돌아왔다.

엔데버가 관측한 지역은 북위 60도에서 남위 55도까지. 인류가 거주하는 모든 지역의 95%에 해당한다. 면적으론 1억1천900만㎢. 엔데버의 예리한 레이더망을 벗어난 지역은 그린란드, 북극 일부, 남극 대륙과 이미 정밀한 측정이 이뤄진 북아메리카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엔데버의 저인망식 관측에 고스란히 노출돼야 했다.

수집된 데이터량은 고밀도 카세트 326개 분량이며 CD 롬으론 2만600개 분량이다. 펜티엄급 컴퓨터 144대를 하루 12시간씩 총 140일 가동시켜야 처리가 가능한 정도. 지표면 어디서나 거리가 30m 정도 떨어진 물체는 구분해 낼 수 있는 고해상도다엔데버가 초정밀 3차원 지형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리는 바로 '스테레오' 효과. 엔데버의 화물칸에 탑재된 주안테나는 지구를 향해 초고주파신호를 쏘아보낸다. 이번에 사용된 주파수는 C-밴드(주파수 4~8GHz)와 X-밴드(8~12GHz) 두 가지. 주로 사용된 레이더는 C-밴드이며, 보다 높은 해상도를 얻는 데 X-밴드를 사용했다.

지구에 도착한 신호는 각종 지형물에 부딪힌 뒤 되돌아온다. 산 정상에서 반사된 신호는 평지보다 엔데버에 빨리 도착한다. 이들 시간차를 이용해 높이를 계산해 낼 수 있다. 아울러 반사된 신호는 주(主)안테나 뿐 아니라 엔데버로부터 60m 떨어진 곳에 있는 부(副)안테나에도 도착한다. 엔데버와 부안테나는 접는 사다리모양의 구조물로 연결돼 있다. 이 구조물은 지금까지 우주공간에 띄워진 인공 물체 중 가장 큰 규모다.

주안테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부안테나는 서로 조금씩 다른 정보를 받게 되고 결국 다른 그림을 그려낸다. 두 안테나가 받은 신호를 분석하면 바로 입체도가 그려지게 된다. 마치 눈 한쪽을 감고 사물을 보면 거리감을 느낄 수 없지만 두 눈을 모두 뜨고 보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것이 바로 스테레오 효과다.

이들 자료는 일단 미국 국방부로 넘겨졌다. 군사적으로 이용할 경우 적의 레이더망을 교묘히 피해 산과 계곡 사이를 넘나들며 날아가는 고도로 정밀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때문에 미국과 이해관계가 있는 일부 국가들은 미국이 이를 미사일 배치나 군사력 이동 등에 활용할 소지가 크다며 엔데버호 발사 이전부터 우려를 표했다.

한편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 제공될 자료는 이보다 다소 해상도가 낮은 자료들. 이는 전세계 지진 및 화산 폭발, 산사태, 홍수 등 자연재해 취약지점 확인과 교량, 댐, 파이프라인, 무선통신탑 건설 등의 최적지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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