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화백'이라는 말은 화가의 높임말이 아니라 '화려한 백수'의 준말이다. 실직자이긴 하지만 당장 의식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백수건달이 바로 '화백'이다. 이들중 상당수는 기원이나 헬스클럽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 놀고 하루 쉬는'식의 권태로운 일상은 공허감과 소외감을 버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너무나 빠른 속도로 달라지는 세상을 체감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강박감에 빠져들곤 한다. 특히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은 기성세대들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세태 속에서 밀란 쿤데라식 '느림의 미학'이 지닌 미덕을 새삼 떠올려보는 까닭은 '왜'일까.
몇년 전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칠순 고령을 무색케 하는 그의 예술을 향한 열정에 놀랐다. 1년에 100회의 연주를 소화해낸다는 그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자지 않으며, 사는 곳이 '비행기 속'이라고까지 했다. 삶이 다하는 날까지 휴식을 거부하는 그의 집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최근 원로사학자 강만길(전 고려대 교수).조동걸(전 국민대 교수) 박사가 나란히 학술지를 선보여 화제를 낳고 있다. 이들은 각각 역사의 대중화와 다양성 이끌어내기에 주력하는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와 한국적 역사 방법론을 모색하는 반년간지 '한국사학사학보'의 산파역을 맡아 끊이지 않는 학구열을 과시, 일에는 '은퇴가 없다'는 귀감이 되고 있다.
이들 두 원로사학자는 더구나 한국 역사학의 아킬레스건인 다양성과 현재성을 회복하는 데 뜻을 같이 하면서도 지향점이 정반대여서 기대치를 더욱 높여 준다. 강 박사가 새로운 역사학의 열매를 일반인과 나눈다면, 조 박사는 시대를 조응하는 역사학의 새틀을 모색하는 데 주력, 다양한 '미래의 혜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 노학자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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