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양의 계절'로 1956년 일본 아쿠다가와 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온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는 그후 승승장구하여 국회의원을 거쳐 장관을 역임하고 지금은 도쿄도지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요즈음 그의 망언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그의 발언을 지지하는 일본인들도 늘어가고 있다.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장차 일본 총리의 꿈을 꾸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망언 파문을 일으켜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후 총리가 된 정치가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95년 일본 특파원 시절 외무성 공보담당 고위간부의 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대구에도 자주 왔었다는 그는 부인이 한국인이라며 한일간에 진정한 선린우호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여러가지 얘기 중에 그는 일본 황실에 대한 기사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 이유인즉 한국에 있어서 독도문제보다 일본에 있어서는 그 부분이 더욱 민감하다는 것이었다. 미리 설득을 시켜 공허한 논쟁을 예방함으로써 한.일우호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일본 외무성측은 최근들어 이같은 대 언론환경 정지작업을 조금씩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월드컵 한.일공동개최를 계기로 일본 국왕의 한국방한을 실현시키기 위한 분위기 조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정부의 노력과는 전혀 아랑곳없이 튀는 언동으로 대중에 영합하려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 같은 국수주의 정치인의 망언이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는 육상자위대 행사장에서 3국인.외국인의 흉악한 범죄 운운하며 소요사태가 발생하면 자위대 출동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3국인이라는 발언에 대해서 "불법 입국한 외국인이라는 의미이고 한국인 차별의식은 없다"는 식으로 말을 돌리고 있지만 이는 눈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이시하라의 교활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제3국인이라는 단어는 2차대전후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국인과 대만 출신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나 많은 일본인들은 이들을 외국인으로 보지않고 애매한 사람들, 즉 제3국인이라고 부른다. 즉 한국인을 멸시하는 심리가 내포돼 있다. 전후 혼란기에 이들은 조직적으로 암시장의 상권을 장악하거나 파친코장을 개업하는 등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당연히 일본인들과 충돌하게 되고 이들은 흉악범죄 예비집단 또는 불온세력이란 말로 보통명사 처럼 사용돼 왔다. 야쿠자들은 당시에 그들이 제3국인들의 기세를 눌렀다며 지금도 그 공적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시하라는 소설가이자 정치인으로서, 그가 재일동포를 멸시하는 이 단어를 모를리가 없다. 이는 그의 양면성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인을 멸시하는 태도를 가진 반쪽과 이를 변명하는 또 다른 반쪽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시하라의 망언 파문의 과정을 살펴보면 다분히 작의적(作意的)인 면도 포착된다. 현재 일본 정계에는 예상대로 거물 정치인들이 줄줄이 무대뒤로 퇴장하고 진정한 톱리더 부재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 압도적인 표차로 도쿄도지사에 당선됐던 이시하라는 바로 이 정치적 변화의 흐름을 재빨리 포착, 매스컴들의 시선을 자기쪽으로 돌려 놓은 것이다.
이시하라 신타로. 그는 지금도 대중의 인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이미 68세의 나이. 일본 정계의 연령으로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는 더 큰 정치를 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시하라가 지금처럼 일본 국내로만 눈을 돌려 보수적인 사람들의 기호에 영합한 망언을 반복한다면 실현하기 어려운 길이 될 것이다.
한.일 양국민이 서로의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존중하여 거기에서 나오는 깊은 공감을 느끼도록 하는 국제화의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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