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어촌학교 통폐합 햇볕과 그늘-하)아직도 뜨거운 감자

지난해 전국적으로 홍역을 치렀던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2002년까지 시·도별로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통폐합 정책이 학생들에게 질 좋은 환경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부 통폐합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이를 실증한다문경군 문경읍 각서리 전 조령초등 학생들은 "몇 명 안되는 학교에서 복식수업을 받다가 많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게 돼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학부모들도 "분교에서 늘 1, 2등을 해도 걱정됐는데 통합되고 나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라며 "특기·적성 교육이나 학예발표회, 운동회 등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돼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하는 주민들은 통폐합으로 인해 생기는 갖가지 부작용을 우려하며 교육부가 예산감축과 교원확보라는 경제논리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폐교로 인해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젊은 층이 부족한 농촌에서 학령아동을 둔 학부모들을 떠나도록 강요하는 조치라는 것. 학생들에게도 굳이 초등학교 때부터 큰 학교에서 경쟁을 강요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난해 교육부가 "반발하고 싸우면 통폐합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통폐합 문제로 1년 내내 골머리를 앓은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할 때 반드시 학부모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방침을 정해놓았다. 실제로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한 지역 가운데 통폐합이 이루어진 곳은 거의 없다. 교육부가 이들 지역에 대해 또다시 통폐합을 추진할 경우 꼭같은 상황이 빚어질 것은 자명한 일.

이처럼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과 끝없는 반대가 계속된다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들이다. 여기서 통폐합 대상지역 주민과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지난해 통합이 논의되다 유예된 봉화군 상운면 상운초등 신라분교의 경우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 1회씩 본교로 이동해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이윤정 분교장은 "본교 통합수업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면서 "소규모 학교에서는 일단 교육적인 결손을 보충할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충수 학부모회장은 "통합될 경우 통학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겨울철 결빙 등으로 등교를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반대여론이 높다"면서 "정부도 무조건 폐교가 아니라 주민들과 절충점을 찾고 보완책을 강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이후 노출된 갖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일도 시급하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무엇보다 통학 문제가, 주민들에게는 폐교 활용 문제가 관건이다. 통폐합이 이루어진 지역에서 불거지고 있는 부작용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학부모나 주민들이 통폐합에 순순히 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분교 교사는 "통합된 다른 지역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 올해도 통폐합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지난해에 비해 통합 부작용 해소 문제가 추가된 셈"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앞에 둔 교육부가 올해는 과연 어떻게 소화해낼지 주목된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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