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극작가 박조열 연극제

"어젯밤엔 샘터 옆에서 꽃분이와 나와 나란히 오줌을 쌌단다. 너는 앉아서 싸구 나는 서서 싸구. 청개구리 두 마리가 우릴 보고 있더라"('오장군의 발톱' 중에서)극작가 박조열씨의 대표작 '오장군의 발톱'은 '착한 병사 슈바이크'나 '25시'를 연상시킨다. 다르다면 청개구리의 시선처럼 우리의 풍경을 더욱 서정적이고 목가적으로 그린 것이다. 어느 평론가는 "억장을 내리누르는 슬픔과 분노를 이렇게 거리감을 유지하며 위트있게 형상화하는 극작가는 드물다"고 했다.

극작가 박조열씨의 작품 4편이 대구에서 공연된다. 지난 98년 이근삼연극제로 출발한 한국극작가집중탐구(무천극예술학회, 예전아트홀 주최)가 지난해 차범석연극제에 이어 세 번째로 극작가 박조열씨를 택했다.

박조열씨는 우리 희곡사에서 남북분단의 문제를 집요하게 다루어온 작가다. "나는 한국전쟁 때 소총병이었다. 죽음이 늘 촌각(寸刻) 앞에 있었다. 그런 정황에서 혈육과 고향, 평화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 지는 경험한자만이 안다"는 말로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무대화되기에는 20년이 넘게 걸렸다. 한국 전쟁 이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남북 상황에서 북에 고향을 두고 있는 월남 작가의 통일 열망은 자칫 위험해 보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75년 9월 국립극장에서 공연예정이던 '오장군의 발톱'이 예륜(藝倫·공륜의 전신)으로부터 공연불가 결정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에 보여지는 우회적인 '몸짓'은 작가의 피치 못할 '숨박꼭질'처럼 보인다. 소극(笑劇)을 통하거나('관광지대'), 남녀간의 사랑을 통해('토끼와 포수'), 때론 부조리극 방식으로('목이 긴 두사람의 대화'), 그것도 아니면 우화적이고 동화적인 방식('오장군의 발톱')으로 분단의 아픔을 형상화시켰다.

이번 '박조열 연극제'에는 이들 네 편이 무대에 오른다. 5월 2일부터 7일까지는 '목이 긴 두 사람의 대화'(극단 레퍼토리·연출 정현호), 9일부터 14일까지 '관광지대'(극단 온누리·연출 이국희), 16일부터 21일까지 '토끼와 포수'(극단 힘멜·연출 이홍우), 23일부터 31일까지 '오장군의 발톱'(극단 예전·연출 김태석)이 공연되고 29일 오후 7시에는 박조열 초청 세미나가 열린다. 공연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공휴일은 오후 4시, 7시. 장소는 예전 아트홀.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분단의 아픔을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공연문의 053)424-9426-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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