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장정옥-소설가)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우리집은 지은 지 이십오년도 더 된 한옥이다. 겨울이면 외풍으로 콧등이 시릴 정도지만, 15년째 이 집을 버리지 못하고 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마당 하나 가득 하늘을 들여놓을 수 있으며 쏟아지는 햇발에 갓 삶은 빨래를 눈이 부시도록 희게 말릴 수 있다. 한여름, 뜨끈하게 단 마당에 쫙쫙 물을 끼얹으면 무럭무럭 김이 피어오르는 광경 하며, 낡은 양동이에 흙을 담아 방울 토마토를 키우는 재미란 가히 놀랄만한 것이다. 가을이면 떨어진 낙엽 쓸어 모으는 일 또한 여간한 재미가 아니다. 밤새 바람이 펄렁거려 선잠으로 뒤챈 날 아침에 뜨락을 내다보면 오!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당에 발 디딜 틈이 없도록 빼곡하게 떨어진 낙엽이 얼마나 멋스러운지… 여드름이 쑹쑹 돋은 아들놈 친구들이 우 몰려와 탁구를 치고 마당이 꺼지도록 줄넘기를 하는, 그런 사사로운 기쁨을 나는 아파트 사람들에게 입이 닳도록 들려주고 싶다. 그렇다고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예고없이 비가 오는 날은 비설거지에 바쁘다. 비설거지! 참 토속적인 말이다. 옥상에 줄줄이 널어 놓은 빨래를 걷어들이고 장독 뚜껑이 제대로 덮여 있나 확인하는 등 비를 맞혀서는 안되는 물건을 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하늘을 자주 올려볼 수 밖에 없다.

내 아이들은 이 손바닥만한 마당에 친구들을 불러 모아 딱지치기를 하고,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겨울이면 마당 가득 쌓인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어 라일락 나무 곁에 세워놓곤 했다. 두 단지 가득 담은 김장을 계단 아래쪽 그늘에서 삭혀 겨울내내 물리지 않고 꺼내 먹는 재미까지 곁들인다면, 아파트 사람들 한 번쯤 주택에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걸. 나중에 좋은 어른으로 자란 내 아이들이 자신들의 어린 날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이 집에서, 자신의 아이를 또 그렇게 아이다운 모습으로 자라게 했으면 하고 나는 바라고 있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CBS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 도중 이재명 대통령의 방문을 이유로 전화를 끊어 논란이 일었고, 이후 보좌진의 착오로...
한국가스공사가 캐나다 자회사인 코가스 캐나다 에너지 유한회사에 7천670억원을 출자하여 지분을 100% 확보할 계획이며, 이는 LNG캐나다 ...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가짜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발견되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안내서는 실제 형태와 유사하게 ...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8000명 이상이며 추가로 1만명을 더 배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