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賊反荷杖도 유분수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이 있다.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랄 때 쓰는 말이다. 요즘 말썽되고 있는 미(美)군무원의 성 추행 수사사건에 대한 미8군의 태도가 꼭 이에 해당되는 것만 같다.

남의 나라 어린 소녀들을 상습적으로 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 응당 부끄러움을 느끼고 사죄하는 마음부터 갖는게 도리다. 그런데 미국측은 되레 담당 경찰관 문책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를 두고 '제것 주고 뺨 맞는 격'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미8군측은 한국경찰이 성추행 피의자인 알폰소 메이스(59)씨에 대해 기자들이 직접 취재하는 것을 막지 못한 점과 구속 영장 신청당시 피의자의 얼굴 사진이 성조기를 배경으로 보도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이 사건의 핵심 사항은 어린소녀 5명에 대한 '성 추행'이다.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이 어린애들에게 불미스런 일을 했는지 여부를 판가름 해서 의법처리 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그런데도 미국측은 우리 기자가 취재한 것을 되레 인권침해라고 주객을 전도시킨 채 까탈을 부리며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네 피의자의 인권만 중요하고 우리 국민의 알 권리는 중요치 않으며 또 피해를 입은 어린 소녀들의 인권은 짓밟혀도 좋단 말인가.

주한미군 범죄 근절운동본부는 1일부터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한다. 이들은 일본이나 호주주둔 미군은 강간, 살인 등 중범죄의 경우 기소하기 전에 피의자를 인도하는데 비해 우리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신병을 인도받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불평등하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피의자들이 미군 당국의 보호아래서 미군 헌병대와 짜고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조기 귀국해 버리기 때문에 한국측은 재판권을 정당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쨌든 5월중으로 예정된 SOFA협상을 앞두고 이번만은 기필코 SOFA를 개정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전례없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측도 이해했으면 한다. SOFA의 불평등 조약이 한국민의 반미감정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부연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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