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정폭력 급증 가정의 달 무색

결혼 23년째인 주부 ㄱ 씨(48.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남편(51)의 끊임없는 폭행에 견디다 못해 주위의 말을 듣고 지난해 경찰을 찾았다. 남편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걸핏하면 자신을 무시한다며 맥주병을 깨들고 흉기를 휘두르기까지 했다고 호소했다. 이 부인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끊어 제출한 진단서만 5장. 남편은 자녀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자 점점 더 폭력을 휘둘렀다고 했다.

정부의 처벌법 제정, 시민단체의 캠페인속에서도 가정폭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빈발하고 있다.

특히 98년 7월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이후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 신고는 늘고 있으나 적극적 대응수단인 고소와 법원의 상담위탁 처분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해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의 활발한 관심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대구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 한해동안 부부, 이혼문제로 상담소를 찾은 2천352명에 대해 설문 조사 후 분석한 결과 37%인 875명이 가정 폭력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매일 또는 1주일에 1, 2회 이상 매맞는 아내가 조사 대상자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으며,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14%)도 적지 않았다.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면 아내는 보통 친정으로 피신하나(44%) 자녀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두려워 집안에 머무는 비율(23%)도 높았다.

이같은 가정 폭력은 자녀에 대한 악영향으로 이어져, 남성 가해자의 절반이 부모의 잦은 싸움을 보거나 부모에게 맞고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폭력을 경험한 자녀들은 매일 기가 죽어 있거나(62%) 학교에 잘 가지 않으며(10%), 부모에 대한 폭행(6%)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상담소를 찾은 폭력 피해자 중 43%가 경찰에 신고, 가정폭력방지법이 처음 시행된 전년의 34% 보다 높았으나 실제 고소하는 경우는 5%에 불과했다. 또 법원이 가해.피해자를 전문기관이 교육토록 상담위탁 처분한 사례는 지난해 9월이후 지금까지 27명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 최근 들어 감소하는 추세이다.

손기순 소장은 "경찰이 가정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가정 문제에 개입하기를 꺼려 화해를 종용하는 바람에 사건화하지 않은 게 문제"라면서 "형사 처벌 또는 상담 위탁 처분자가 늘어야 가정 폭력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崔在王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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