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국가'에서 '독립국가'로 가기 위한 팔레스타인의 행보가 힘겹다. 내일(13일)까지 이와 관련한 '기본협정'을 타결 짓기로 이스라엘과 합의돼 있지만, 성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50년 묵은 분쟁을 해소키 위한 10년간의 길고 긴 협상이 종착선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역시 땅이다. 팔레스타인 몫으로 지목된 땅의 전체 넓이는 우리나라 충청북도 보다 조금 작은 크기. 여기에 220여만명으로 나라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땅마저 두개로 동떨어져 있다. 하나는 '가자 지구'라 불리는 곳. 경북 고령군 정도 크기의 이 땅에 85만명이 살고 있다. 그러나 노동 인력의 40%는 그곳에서 직장을 찾지 못해 이스라엘로 통근한다. 6년 전부터 자치가 허용돼, 아라파트 정부가 이곳에서 활동 중이다.
또 하나의 땅 덩어리는 요르단 서쪽에 강을 경계로 맞붙어 있는 소위 '요르단강 서안(西岸) 지구'. 이곳에는 예리코.헤브론.나블러스.예닌 같은 도시가 형성돼 있다. 그 중 예리코에 한해서 역시 6년 전부터 자치가 시작됐다. 그 3년 앞서 시작된 평화회담의 첫 성과로 발효된 '1단계 자치협정' 덕분.
'2단계 자치협정'도 1995년에 체결됐다. 자치 지역을 서안 지역 전체로 넓히기 위한 것.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오직 '자치' 허용 절차일 뿐이었다.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출범을 위해서는 땅 소유권 자체를 넘겨주는 '3단계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폭탄테러 재발 등 장애가 잇따라 불거지자 이스라엘군은 서안 철군을 중단했고, 1996년에 시작해 작년쯤 마무리 짓기로 예정됐던 '3단계 협상'도 실종돼 버렸다.
지금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협상이다. 양측이 작년 9월에야 새 약속(샤름 엘 셰이크 협정)을 이뤄, 지난 2월13일까지 관련 기본협정을 마무리키로 했기 때문. 그러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내일까지로 시한을 석달 연장했던 것이다. 이스라엘군 철군 시한도 오는 7월까지로 다시 정해졌다.
그러나 지금도 서로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 팔레스타인은 서안 지구 전부를 내 놓으라 하고, 이스라엘은 3분의2만 주겠다고 버틴다. 여기다 반씩 나눠 소속시키고 있는 예루살렘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하는 문제 등도 걸림돌.
현재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양측 수반은 최근 긴급 회동을 갖기 시작했다. "땅의 90%를 주는 대신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갖기로 합의됐다"는 보도도 흘러 나오고 있다. 타결까지 이뤄낸다면, 올해 말쯤에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출범할 수 있을 전망이다.
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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