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내 권력이동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인 주석단(主席檀) 서열은 지난 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최근까지 큰 폭의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망으로 인한 자연적인 인물교체 외에는 대폭적인 변화는 없는 상태이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몇가지 특징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우선 군부 인물들의 부상을 꼽을 수 있다. 95년 10월 원수로 승진한 이을설(79)과 함께 차수로 승진한 김영춘(64), 조명록(70)이 각각 군총참모장, 군총정치국장에 오르면서 이듬해인 96년 7월 김일성 2주기를 기해 노동당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사이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난달 4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0기 3차회의 주석단의 경우 김정일(58) 총비서와 김영남(72)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다음에 조명록이 자리잡았고 홍성남(71) 내각총리, 김영주(80)·박성철(87)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명예부위원장 다음으로 김영춘, 김일철(67·인민무력상 겸 북방위원회 위원), 이을설이 바로 뒤를 이어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같은 현상은 북한 군부가 권력핵심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다음으로는 노동당 정치국 위원과 후보 위원간의 순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 정치국 후보위원이 위원에 앞서 호명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4월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0기 2차회의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연형묵(69·자강도당 책임비서 겸 국방위원회 위원)이 11번째로, 노동당 정치국 위원인 전병호(74·노동당 중앙위 비서 겸 북방위원회 위원)가 12번째 호명됐다.
지난달 4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0기 3차회의의 경우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의 혼재는 더욱 심했다. 노동당 정치국 위원인 계응태(75·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한성룡(77·노동당 중앙위 비서)은 15위, 16위로 뒤로 처진 데 반해 정치국 후보위원인 연형묵과 양형섭은 각각 12위와 14위로 상대적으로 앞섰다.
그러나 나흘 뒤에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7주 중앙보고대회에서는 또다시 계응태가 앞서고 양형섭이 뒤로 가는 양상을 보였다.
한마디로 행사의 성격·시기에 따라 주석단 서열이 왔다갔다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노동당의 핵심기구였던 정치국이 이제는 과거와 같이 권력서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노동당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는데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80년 10월 6차 당대회를 개최한 이후 20년이 다 되어가도록 당대회를 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이전인 93년 12월 6기 21차회의를 연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주석단 서열변화는 해석이 어려운 대목이 많아 앞으로 북한의 권력서열이 어떻게 정리돼 나갈지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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