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풀뿌리경제 보호막 사라진다

지난 12일 발표된 정부의 중소기업 고유업종 대폭 축소 방침(현행 88개에서 39개로)으로 지역 중소기업이 사활의 기로에 직면했다.

대구지역의 경우 중소기업 비중이 99.5%(업체수 기준)에 달하는데다 중점 육성돼야 할 특화산업이 대거 포함되는 등 다른 어느 지역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 해제 이후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했거나 몰락한 중소기업 및 점차 일류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 앞으로의 대책을 집중 조명한다. 지난 80년대까지 황금기를 구가하던 지역 메리야스 업계. 89년 내의류에 대한 고유업종 지정이 해제되면서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업체당 50~100명의 종업원을 고용했던 업체들은 당시의 10%에도 못미치는 규모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거나 대기업들의 하청업체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

간장.된장 등 장류, 김치류 업계도 지난 94년 고유업종 해제 이후 막대한 자금력과 영업망을 갖춘 대기업들의 진출로 무너졌다. 대부분 영세업체들은 도산 혹은 하청업체가 됐고 일부 중견 기업만 대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실정.

국수.당면업계는 고유 업종에서 해제되기도 전에 대기업에 잠식 당한 경우. 대구는 한때 100여개의 업체가 있을 정도로 국수, 당면 산지였지만 90년대초반부터 오뚜기 등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현재 풍국면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대기업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우리나라 쌀통의 대명사였던 삼익쌀통도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된 이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고유업종 해제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적인 자유무역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보호대상에서 제외된 중소기업들은 거의 버텨내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우리 산업의 체질이 강화되기 보다는 대기업만 살찌우는 결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해제되기 전에도 대기업들은 친인척이나 퇴직한 임직원들을 중기 영역에 진출하는 수법으로 집요하게 중기공략을 시도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업종 해제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중소기업 영역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자체 기술 개발보다는 기존 중소기업의 납품을 받아 자사 상표를 붙여 판다. 그야말로 땅집고 헤엄치기. 공장 하나 돌리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박의병 기획조사부장은 "정부의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필요하겠지만 현 상태에서는 지역 경제를 허약 체질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최창득 중기협 대구경북지회장은 "세계적인 자유무역 추세속에서 고유업종 제도의 지속이 힘들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지만 자구노력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유예기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폐지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崔正岩기자 jeongam@imaeil.com

金嘉瑩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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