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2일 발표한 통신제한조치 운용실태 감사결과는 우선 수사기관의 불법감청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제도적 방지책 수립의 필요성을 절감케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결과는 도·감청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경찰이 통신비밀보호법 등 관련법규를 위반한 채 불법 감청을 실시한 사례를 부분적으로 확인했지만 감사원이 애초 공언한 '성역없고 강도높은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국감과정에서 감청업무 담당부서의 존재가 확인됨으로써 도·감청 논란의 핵심이 됐던 국가정보원에 대해 전혀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정원에 자료협조를 요청했지만 국가 주요 기밀사항의 경우 감사자료 제출과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는 국가정보원법 제13조의 규정에 근거, 국정원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93년 평화의 댐 건설사업 추진실태 및 남북 고위급회담 훈령조작사건 특감 과정에서 당시 안기부에 감사 수용을 적극 요청, 두번이나 안기부를 상대로 감사를 실시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감사원이 처음부터 한계선을 그은채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또 경찰의 탈법적인 감청 사례를 확인했으면서도 '힘있는' 검찰을 상대로는 별다른 지적사항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도 이런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감사원은 "가능한 범위에서 들여다봤으나 위법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또한 불법 도·감청문제와 관련해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들이 감사결과를 불만없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사상 최초로 실시된 이번 도·감청 특감은 불법 감청이 가능하게 된 원인과 수사기관의 감청 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몇가지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감사원은 특히 일선 전화국의 감청협조 담당자인 시험실장들이 법원의 감청영장, 수사기관의 긴급통신제한조치대장 등 관련 공문서를 확인하지 않고 감청 요청에 응하는가 하면 협조대장에 감청내역조차 기록하지 않는 등 불법 감청여부를 사후 점검할 수 있는 장치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밝혀냈다.
또한 각 통신회사들이 정통부 지침에 근거, 휴대전화와 무선호출기 음성사서함 감청을 요청하는 수사기관에 메시지 내용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비밀번호를 넘겨줌으로써 수사기관이 감청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계속 감청이 가능한 중대한 문제점을 처음 확인한 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이 도·감청 특감에 착수한 이후 적법한 감청절차를 밟으려는 수사기관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통신회사들도 관련 공문서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감청에 응하지 않는 등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감사원이 내세우는 이번 특감의 부수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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