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고유업종 일부 해제에 대해 지역 경제계가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안경테, 우산·양산 등 지역 업계가 전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업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10여개의 자체브랜드를 개발, 안경테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광학 한명훈 상무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 지역의 안경테 업체들은 코를 꿰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시장자체가 크지 않거나 전망이 불투명한 업종의 경우 대기업은 생산설비를 따로 갖추지 않고 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거나 대기업 자체의 인지도와 자금력을 앞세워 신규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다음 수순.
디자인 개발과 함께 대구광학박람회 개최 등을 통해 세계적 지명도를 갖춘 브랜드를 키움으로써 OEM을 통한 '얼굴없는 수출'에서 벗어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역 안경테 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이 경우 전국 안경테의 80%를 생산, 1만여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가져왔던 안경테 업체의 도산이 잇따르고 협력관계를 맺은 일부 기업마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 소비량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지역 우산·양산 제조업체들에게 이번 발표는 더욱 충격적이다.
삼립양산 김동균 사장은 "인건비 상승으로 약화된 경쟁력 회복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 생산시설의 북한 이전을 계획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할 경우 지역 업계는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골판지 공장인 대세포장(달성군 논공읍) 정만수 사장은 걱정이 태산같다. 그동안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업종인데도 대기업들이 친인척 명의의 공장을 설립, 관련 기업에 납품을 도맡는 바람에 힘든 경영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 조치가 현실화 되면 골판지 공장이 없는 대기업들도 모두 자사 골판지 공장을 만들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떻게 활로를 개척해야 할 지 앞날이 캄캄하다.
중기 고유업종이 무차별 해제되면 지역에서 나름대로 영역을 구축해온 일류제품들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대기업의 OEM 공장으로 전락한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나선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 투자, 연구 개발이 안되는 상황에서 좋은 제품을 기대할 수는 없다.
대구상의 채문식 사무국장은 "당장 대기업 진출이 가능한 업종은 최소한 3~5년 정도 고유업종 해제에서 유예시켜 취약한 경쟁력을 일정 궤도에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崔正岩기자 jeongam@imaeil.com
金嘉瑩기자 k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