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워크피아-주 5일 근무제

'주5일 노동으로 삶의 질을 높이자'노사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노동계가 이를 구실로 한 임금삭감 추진에 쐐기를 박고 나선 반면 재계는 시기상조론을 고수, 전국 사업장에 회오리가 예고되고 있다.

현행 주44시간인 법정 노동시간중 토요일 4시간을 줄여 40시간 노동, 이른바 '주5일 노동제'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자는 게 노동계의 주장.

노동시간 단축문제는 지난 98년 제1기 노사정위가 출범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현안. 특히 2기 노사정위는 같은해 6월까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키로 합의했으나 이행단계에서 무산됐다. 노동계는 이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을 재계와 정부의 미진한 대응탓으로 돌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노동시간단축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면서도 3기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재계는 IMF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주5일 노동제는 시기상조이며 임금삭감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와 재계,정부의 입장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노동계 입장

민노총은 노사정위 결정의 법적 구속력과 신뢰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주5일 노동제 도입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틀속에서 논의를 벌이자는 입장이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논의에서 임금삭감문제를 들고나온 재계의 입장에 비춰볼 때 노사정위에서 실질적인 주5일 노동제 합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노동시간 단축문제가 결국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는 9월까지 외곽 투쟁을 벌여 정부와 재계를 압박할 시간적 여유도 있다는 것.

민노총은 이런 배경에서 오는 31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다음달 3일 전국노동자대회, 10일 민중대회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을 정부에 촉구할 방침이다. 손낙구 민노총 교선실장은 "대통령 직속 특위를 새로 구성하거나 노사정위의 법적위상이 갖춰지지 않으면 정·재계와 논의를 벌일 수 없다"며 "대신 5, 6월 노동자투쟁으로 정·재계를 압박한 뒤 9월 정기국회때까지 근로기준법 개정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노총은 임금삭감이나 휴가축소 등이 없는 실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민노총과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노사정위 차원의 논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노사정위 상무위원회에서 '노동시간 단축특위'의 위상·명칭·참여범위 등 기본골격에 대해 가닥을 잡는 등 어느 정도 진전을 보고 있다.

그러나 주5일 노동제가 정부의 공공부문 2차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한노총은 '일방적구조조정 반대'와 '주5일 노동제'를 이슈로 6월1일 총파업 방침을 밝히는 등 협상과 투쟁을 병행할 계획이다. 김성희 한국노총 책임연구원은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하고도 잔업시간 등 초과노동시간을 늘리거나 노동시간 단축만큼 임금을 삭감하면 주5일 노동의 효력이 없다"며 "주40시간까지는 임금을 삭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재계 입장

재계는 주5일 노동제 논의가 여론과 노동계의 움직임에 끌려가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현재 IMF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5일 노동제는 시기상조이므로 점진적 단계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노사정위에서 논의되는 노동시간단축문제도 '노동시간 단축특위'가 아니라 노동현안 제반을 논의하는 '근로기준제도 개선특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재계는 설사 주5일 노동제를 도입하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신규채용이 뒤따르거나 시간외 근무를 추가로 실시하는 등 보완책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계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줄어드는 생산성과 채산성을 보충하지 않는다면 주5일 노동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

경영자총협회 김정태 조사부장은 "시간외 근무를 늘리고 연·월차 및 생리휴가를 없애는 한편 출산휴가를 줄이는 보완책 없이는 노동시간 단축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 입장

정부는 노동계와 재계의 현안을 다루기 위해 노사정위가 꾸려진 만큼 노동시간 단축문제를 비롯한 제반논의가 전적으로 노사정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민노총이 주장하고 있는 대통령 직속 특위구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문제가 근로기준법 개정이라는 법적차원으로 넘어갈때까지 세부사항을 노사정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

노동관련 주무부처인 노동부도 노사정위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합의가 되면 이를 근거로 관련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노사정위의 오병훈 사무관은 "현재 차관급이 주축이된 상무위원회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있으므로 오는 25일 노사정위 본회의에서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근로기준과 김창완 사무관도 "법정근로시간 단축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논의는 노사정위에서 이뤄진다"며 "노동부는 노사정위 합의사항을 바탕으로 국회에 법안만 제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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