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로비의 실체에 전혀 접근하지 못한 채 별 성과없이 종료됐다.
처음 공개수사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이번 사건은 치열한 수주경쟁 속에서 무수히 떠돌았던 로비의혹의 진상과 문민정부 고위인사들의 개입여부를 파헤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정.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다.그러나 사건의 주범인 알스톰사 로비스트 최만석(59)씨가 해외에 도피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지면서 수사는 의외로 간단하게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내.수사 전개과정=고속철도 차량 공급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2명의 로비스트가 해외에서 1천100만달러의 커미션을 받았다는 최초 첩보가 검찰에 감지된것은 지난 97년 6~8월경.
첩보를 입수한 서울지검 외사부는 반년이상 내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98년초 주임검사의 인사이동과 함께 사건을 대검 중수2과로 넘겼다.
대검에서도 사건은 1년반 이상 미제로 남아있다가 마침내 지난해 10월께 최씨를 처음 소환 조사하면서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결국 올들어 최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범 호기춘(51.여)씨에 대한 본격 조사가 시작됐고 두 사람의 알선수재 혐의 공소시효가 지난 5월15일로 임박해오자 검찰은 호씨를 구속하면서 공개수사를 벌이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그냥 공소시효를 넘겨버렸을 경우 나중에 사건을 은폐했다거나 직무를 유기했다는 등의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해 본격수사 여부를 결정할 당시 검찰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고민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최씨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인물이고 도피 가능성이 어느정도 예측됐다면 신병을 추적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는데 안이하게 대처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씨 행방과 공소시효=최씨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검찰안팎에서는 해외도피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분위기다.
미국 LA 현지에서 그를 봤다는 구체적 증언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최근까지 국내에 머물고 있었던 흔적도 그다지 신빙성이 높지는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여전히 국내 은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해외에서의 소재 확인과 도피경로 추적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출국했더라도 최소한 지난해 10월말∼11월초 출국금지 조치 이후에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했을 것으로 보고 해외친지나 측근들의 도움을 받은 흔적을 찾고 있으며, 입국심사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캐나다, 멕시코 등 제3국을 경유해 LA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씨의 공소시효는 도피목적으로 해외에 출국한 사실이 확인되면 그 순간부터 정지된다.
따라서 공범 호씨의 기소와 함께 정지됨으로써 시효 6일 외에 지난해말 출국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5∼6개월 이상의 공소시효가 더 남아있게 된다.
◇향후 수사전망과 강제송환 가능성=최씨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는 한 자금추적과 외곽조사에만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최씨가 홍콩과 국내에 개설한 자신과 친.인척 명의 10여개 금융계좌에서입.출금 흐름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지만 외국과의 공조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다소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차 조사 당시의 최씨 진술과 공범 호씨의 진술을 근거로 한 외곽조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수사관계자는 이와관련,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직접조사나 자금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