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환란 위기로 국내 경제가 곤두박질친 1998년과 99년 무렵 우리 사회를 거세게 휘몰아 친 '박정희 신드롬'.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정치 지도자들에게 배신감을 느낀 국민들은 60년대와 70년대 경제 부흥을 주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뜨거운 향수를 느꼈다.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났으며 과연 바람직한 것이었을까? 정신과 전문의인 신용구씨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정신분석학적 접근으로 철저히 해부한 '박정희 정신분석, 신화는 없다'(뜨인돌 펴냄, 304쪽, 9천500원)에서 정신적 결함을 지닌 지도자가 국가와 사회에 미친 악영향이 어떠하며 '박정희 신드롬'의 밑바닥에 담겨진 집단 무의식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저자가 진단한 박정희는 평생동안 정신적 불안과 콤플렉스속에 시달리면서 때로는 이를 극복하기도 했으나 결국 무너지고 만, 비극적 삶을 산 인물이었다. 무책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슬하의 유년시절은 아버지에 대한 살의와 죄의식으로 갈등하는 '외디푸스 콤플렉스'와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유기 불안'이 무의식적으로 형성돼 평생 떨치지 못했으며 자라면서는 남성성에 대한 열등감과 동경으로 자신을 학대하거나 채찍질하기도 하는 자아 정체성에 시달렸다. 유년시절의 명민한 소년이 갖게 된 유아독존적 자부심, 대구사범 재학시절과 문경보통학교 교사 시절 자부심에 상처를 입으며 느낀 좌절감과 이로 인한 폭력적 성향, 일본 육사 졸업 등 군인의 길을 고집한 이유, 5·16쿠데타와 이후의 정치적 행적, 3선 개헌과 유신헌법, 긴급조치로 드러나는 강압적 독재자의 면모 등 그의 일생 단계마다 섬뜩할 정도로 그를 들여다보고 있다. 또 '강한 아버지상'을 갈망하는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과 의존적 성향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정신적 성향이 '박정희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박정희'라는 흥미로운 인물에 대한 내용이다보니 책읽는 재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자연히 떠올리게 되는 그 이후의 정치지도자들과 오늘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면 답답해진다. '박정희가 역대 지도자들 중 최고 지도자로 평가받은 것은 그가 훌륭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지도자들의 자질이 워낙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조롱섞인 말이 가슴을 후빈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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