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은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현대 일부 계열사의 자금난이 수면위로 돌출하자 아주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 등 일부 계열사의 자금문제는 인정하면서도 대우사태때와는 달리 계열전체의 자금난과는 무관하다며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 일부 계열사의 자금문제가 '사실' 이상으로 증폭돼 그룹 전체의 문제로 확대.비화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대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수습불능'의 치명타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대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정주영 명예회장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몽구-몽헌 형제의 경영권다툼에서 촉발한 만큼 지배구조를 명확히하고 비핵심사업 매각 등으로 덩치를 줄이는 노력을 보여 시장의 신뢰만 얻으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현대문제의 원인=정부는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악화를 초래한 현대문제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4월 '왕자의 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서근우 금감위 제2심의관은 현대의 문제는 경영권분쟁이 표면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현대투신문제를 거치면서 다른 계열사의 자금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우처럼 계열사의 부채과다와 영업력저하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신뢰성의 위기에서 출발했다는 진단이다.
특히 지난 25일 정주영 명예회장의 현대상선과 중공업, 건설 지분 정리와 현대자동차 지분 인수와 같은 중요한 사항을 시장이 끝난 뒤 발표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증폭시켰다는 게 서 심의관의 설명이다.
결국 후계구도를 둘러싼 몽구-몽헌 형제의 경영권다툼이 현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켜 현대에 돈을 꾸어준 금융기관의 '의혹'을 키웠고 이것이 현대 계열사회사채.CP 등의 만기연장 어려움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자금난 심각한가=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의 자금난이 전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현대의 문제는 그룹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건설 등 일부 계열사의 자금수급상의 미스매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장이 크게 걱정할 까닭이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건설과 상선 등 일부 계열사의 당좌대월한도를 늘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계열사 전체의 유동성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서 심의관은 현대의 전체 부채 52조6천억원(상거래채권포함 작년말기준) 중 70%가 회사채.CP이며 이 중 50% 가량이 회사채여서 채무구조가 매우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무구조가 안정적이라고해도 회사채.CP의 만기연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우량한 기업도 자금악화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법은 무엇인가=정부는 현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된 만큼 문제의 해결도 이 방향으로 집중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현대가 향후 지배구조문제 등을 명확히 하고 기업의 실상을 정확하게 시장에 알려 신뢰를 회복하게 되면 일부 계열사의 자금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서 심의관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분정리는 경영권분쟁을 일단락하고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려는 노력인 만큼 일부 계열사의 자금상의 어려움도 곧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심의관은 현대가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를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신인도가 있는 제3의 평가기관이 현대 계열사의 재무구조나 영업실태를 파악해 시장에 설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며 현대도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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